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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01. 2021

숨 막혀, 죽고 싶어 살고 싶어

Chaper 2. 내 편인 줄 알았습니다

하루 세 번 항우울제를 먹으며 출퇴근을 계속했다. 혼자 야간 당직 업무를 할 때는 감정이 한껏 고조돼 눈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일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가슴을 치고 또 치며 ‘해야 돼’, ‘이걸 해야 내일 출근할 수 있어’라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런 나 자신이 서러워 또다시 눈물 바람이었다.


감정이 이미 내 통제 아래 벗어난 때였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고도 회사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은 나의 눈물 스위치가 됐다.


주간 업무라고 다르지 않았다. 사무실 안에 있으면 숨이 막혀서 견딜 수 없다고 느껴 틈틈이 밖으로 나오곤 했다. 매일 밤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물을 삼키며 썼던 일기는 지금도 다시 꺼내 읽기가 싫을 만큼 처절하고 마음이 아프다.


용서가 오히려 쉬울까. 너무 망가진 탓에 용서를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슴에 불 덩어리를 안고 사는 기분은 겪어보지 않을 땐 몰랐던 불타는 뜨거움이었다.


또 누가 내 몸을 회사에 묶어 놓은 것도 아닌데 내가 이 회사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생계 때문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을이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는 착각. 매일 나를 소진하고 퇴근하면서도 그 착각의 벽이 나를 또다시 출근하도록 내 몰았다.


그러다 나는 숨이 막히는 것에 더해 방 천장이 점점 낮아 보이는 현상을 겪었다. 마치 천장이 무너져 나를 조일 것처럼 숨 막히는 답답함을 겪었다. 실내에 있으면 창문이며 베란다 문이며 다 열어도 감금된 듯 답답함을 느꼈다. 집 밖으로 나가도 빌딩에 하늘이 조금이라도 가리면 마치 하늘이 너무 가까워서 눌리기라도 할 듯 견디기 어려웠다. 이런 종류의 괴로움은 처음이라 무슨 약을 먹어야 할지, 약국에 가서 해결될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비염까지 더해져 숨 쉬는 것이 조금 불편하자 마치 숨이 콱 막히기라도 할 듯 불안해서 잠시도 견딜 수 없었다. 이때 그동안 죽고 싶기만 하던 나도 별안간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왔다. 곧이어 ‘죽고 싶어요. 이렇게 무섭고 괴롭게 살기 싫어요’라는 말도 잇따랐지만 ‘잘못했어요. 살고 싶어요’라는 고백이 이어졌다.


눈물이 볼을 타고 줄줄 떨어지고 눈물 탓에 코가 조금 뚫리는 듯 한 틈에 하루빨리 다음 정신과 예약을 당겨 잡았다.

“일시적인 현상이니 걱정 말아요. 맞는 약을 처방해줄게요”

J주치의 선생님의 말을 믿었다. 믿음대로 조금 더 센 약을 먹으니 태어나 처음 겪는 이 현상은 사라졌다. 지금껏 한 번도 겪지 못한 마음의 고통에도 약이 있다는 점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이후 마음이 아픈 걸 참고만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하곤 했다.


다만 치료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때를 포함해 지금껏 먹은 약봉투를 다 모으니 침대가 꽉 찰 정도였다. 사건이 발생한 후 1년이 훌쩍 넘어갈 때까지 나는 약간의 회복과 악화를 반복했지만 약을 끊지는 못했다. 약을 줄이면 아무 일이 없어도 표정이 굳거나 기운이 없어 보이는 몸짓이 나타나 다른 사람에게도 내 상태를 들킬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용량을 올리는 일은 잦아도 내리는 일은 드물었다.


두 번의 어설픈 자살시도가 있었는데 다행히 약을 먹으면 자살이라는 스위치를 손쉽게 찾지 않게 됐다. 약은 조금만 우울과 좌절이 생겨도 이미 사고의 가소성이라는, 생각의 길이 자살로 향해져 있는 머릿속을 강하게 통제하는 교통경찰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약을 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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