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er 1. 살해 협박을 받았습니다
기사와 포털사이트 시스템 사이에서 자극적인 제목과 그에 따른 반발, 악플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독자에게도 자신의 생각이 있고 내가 모르는 팩트가 있을 수 있으니 웬만한 반박이나 항의는 귀담아듣거나 최소 그대로 두는 편이다.
또 연예나 정치 분야라면 악플은 하루에 많으면 몇 천 개도 달렸는데 일일이 읽어보며 내 정신력을 갉아먹는 일은 나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메일은 업무 마비를 초래했다. 업무상 메일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쑥 날아드는 살해예고와 같은 협박메일은 나를 ‘멘붕’으로 이끌었다.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노라고 선언하듯 말했지만, 이 장을 빌어 표현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오랫동안 혼자 괴로워하며 망설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두려운 일.
고민 끝에 내가 몸 담은 회사에게 알리는 것이 첫 번 째임을 깨달았다. 가장 먼저 내가 속한 뉴스팀 팀장에게 찾아갔다.
“이런 메일이 한 달째 계속 와서 참기 어려워요.”
내가 쭈뼛쭈뼛 내민 종이를 본 팀장은 내가 생각했던 반응 외였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경찰서에 신고하면 되겠네”라더니 “그런데 신고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너야. 회사 내 자문변호사가 없는 걸로 아는데, 있더라도 주체가 너이기 때문에 회사가 나설 수는 없어”라고 했다.
이어 당시 사건팀을 맡고 있던 차장을 불러 물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답했다.
“이런 거는 경찰에 신고해봤자 죄가 안 될 수도 있고 벌금도 얼마 안 나올 거예요. 스팸 처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명색이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총괄하는 사건팀 팀장이었지만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스팸처리를 한다 해도 지금까지 고통받은 게 없어지진 않잖아요. 저는 이미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거예요.”
한탄 같은 나의 말로 대화는 끝이 났다.
이후 최소한 신고 절차를 알려줄 것이라 기대했던 나의 상사는 사건팀 차장과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별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지나간 것이다.
나는 사건 보고가 사수에게 무시됐음을 깨닫는데 몇 주가 걸렸다. 다시 한번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국장이나 평소 얼굴도 몇 번 볼일 없는 더 높은 사람에게 상의할 자신은 없었다. 팀장만 해도 이미 팀원인 나의 일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 그가 패스한 사건을 누구에게 말한 단 말인가. 이 정도 규모의 언론사가 자문변호사가 없다는 것도 충격이고, 있더라도 내 사건에 도움을 줄 수 없다니.
밤이면 솟구쳐오는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방울을 삼켰고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 믿었던 회사에 대한 배신감에 가슴을 쳤다. 동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만을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이미 충분한 정보를 찾았지만 두려움과 망설임……. 뭐든 실행에 옮기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