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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Aug 30. 2021

사과 안 하면 고소합니다

Chaper 1. 살해 협박을 받았습니다

기사와 포털사이트 시스템 사이에서 자극적인 제목과 그에 따른 반발, 악플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독자에게도 자신의 생각이 있고 내가 모르는 팩트가 있을 수 있으니 웬만한 반박이나 항의는 귀담아듣거나 최소 그대로 두는 편이다.


또 연예나 정치 분야라면 악플은 하루에 많으면 몇 천 개도 달렸는데 일일이 읽어보며 내 정신력을 갉아먹는 일은 나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메일은 업무 마비를 초래했다. 업무상 메일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쑥 날아드는 살해예고와 같은 협박메일은 나를 ‘멘붕’으로 이끌었다.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노라고 선언하듯 말했지만, 이 장을 빌어 표현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오랫동안 혼자 괴로워하며 망설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두려운 일.


고민 끝에 내가 몸 담은 회사에게 알리는 것이 첫 번 째임을 깨달았다. 가장 먼저 내가 속한 뉴스팀 팀장에게 찾아갔다.


“이런 메일이 한 달째 계속 와서 참기 어려워요.”


내가 쭈뼛쭈뼛 내민 종이를  팀장은 내가 생각했던 반응 외였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경찰서에 신고하면 되겠네라더니 “그런데 신고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너야. 회사  자문변호사가 없는 걸로 아는데, 있더라도 주체가 너이기 때문에 회사가 나설 수는 없어라고 했다.


이어 당시 사건팀을 맡고 있던 차장을 불러 물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답했다.

“이런 거는 경찰에 신고해봤자 죄가 안 될 수도 있고 벌금도 얼마 안 나올 거예요. 스팸 처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명색이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총괄하는 사건팀 팀장이었지만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스팸처리를 한다 해도 지금까지 고통받은 게 없어지진 않잖아요. 저는 이미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거예요.”

한탄 같은 나의 말로 대화는 끝이 났다.


이후 최소한 신고 절차를 알려줄 것이라 기대했던 나의 상사는 사건팀 차장과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별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지나간 것이다.


나는 사건 보고가 사수에게 무시됐음을 깨닫는데 몇 주가 걸렸다. 다시 한번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국장이나 평소 얼굴도 몇 번 볼일 없는 더 높은 사람에게 상의할 자신은 없었다. 팀장만 해도 이미 팀원인 나의 일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 그가 패스한 사건을 누구에게 말한 단 말인가. 이 정도 규모의 언론사가 자문변호사가 없다는 것도 충격이고, 있더라도 내 사건에 도움을 줄 수 없다니.


밤이면 솟구쳐오는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방울을 삼켰고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 믿었던 회사에 대한 배신감에 가슴을 쳤다. 동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만을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이미 충분한 정보를 찾았지만 두려움과 망설임……. 뭐든 실행에 옮기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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