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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예쁜 마음이 피어나는 계절

작은 꽃씨 하나에 담긴 아이의 마음

by 소금라떼

"엄마! 민들레꽃이야~ 정말 예쁘지?"

"응~ 그러네~"


하원길, 하루를 마친 아이는 피어나는 꽃들로 가득한 봄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런 아이의 말에 대답하는 엄마의 입에서는 메마른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치, '봄에는 원래 꽃이 핀단다 아가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앗! 민들레다! 후~~~~~~~~~~~~~~우~~~~~~~~~"

"나나야, 코에 가까이 대지 말고 불어야지. 너 비염 있잖아..."


요즘 아이는 특히 민들레에 푹 빠졌다. 아마도 유치원에서 민들레에 대해 배우고 온 듯하다. 같이 걷다가도 어찌나 잘 찾아내는지, 어느새 풀숲 앞으로 성큼 다가가 코와 입을 잔뜩 들이밀고는 볼이 빵빵해지도록 힘껏 '후!'

꽃을 꺾지 못하게 하자 아이가 스스로 찾아낸 대안이다.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낮추고, 최대한 가까이... 뒤에서 보면 귀여운 엉덩이가 웃음을 자아내지만 아이는 제법 진지하다.


하지만 비염으로 벌써 일주일 넘게 약을 먹고 있는 아이를 생각하니, 순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실 비염러 엄마에게 봄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이것도 닮나... 아이도 환절기마다 비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나는 어느새 현실 엄마가 되어, 아이의 소중한 낭만을 막아서고야 말았다. 그러자, 제 할 일을 다 마친 아이가 돌아서서 말한다.


"엄마, 민들레씨를 많이 뿌려야 민들레꽃이 많이 피지~~"


말문이 턱! 막힌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나는 더 이상 아이를 말릴 수 없었다.

그래, 너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

네 마음속에는 자연을 품고,

꽃을 피우는 뜻이 담겨 있었구나.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겠노라 다짐해 보지만,

네 생각과 마음은 엄마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참 깊고, 순수하구나.

너의 예쁜 마음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한 날들이다.

아이의 봄은 지금 한창이었다.




사진: UnsplashKate Cu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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