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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때문에 미안해

아이가 아프다 ㅣ 노로바이러스 감염

by 소금라떼


“밖에 나가고 싶다”
“나도”
“엄마, 나 때문에 미안해”
“무슨 소리야?”
“나 때문에 밖에 못 나가잖아”


고작 다섯 살, 작은 손등에 꽂힌 수액 바늘이 제법 아플 텐데도 이제는 엄마 걱정도 할 만큼 큰 건가? 나 때문에 미안하다는 아이의 말에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아이가 아프다.


어제까지도 씩씩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날 아침, 보드라운 뺨을 쓰다듬다 느껴진 익숙하지 않은 온기. 체온계엔 38.2°C. 조카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기로 한 날이었지만, 아쉽게도 약속을 취소하고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고마운 소아과로 향했다.


“증상이 언제부터였나요?”
“어제까지도 멀쩡했어요”
“초기 감기라기엔 목도 많이 부었고, 코 상태도 안 좋네요”
“배가 계속 아프다는데요…”
“흠, 배는 괜찮아 보입니다. 좀 더 지켜보죠”


목감기겠거니 안심하고 돌아오는 길에 부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픈 아이에겐 평소에 잘 사주지 않는 티니핑 음료수 한 병과 하트 도넛 하나를 사주었다. 예쁜 도넛이 어떤 맛있까 궁금해하며 신이 난 아이... 그런데, 집으로 오자마자 아이는 다시 소파에 누워버렸다.


“엄마, 나 도넛 안 먹을래. 배 아파…”


뭐라고?? 도넛을 거부하는 빵순이. 이건, 정말 심상치 않았다.



잠시 후,

“우욱-“
소파 위, 말 그대로 '분수토'였다. 신생아 때 이후로 오랜만의 구토에 허둥지둥 놀라서 아이를 일으켰다. 하나는 아이를 씻기고, 하나는 소파에 스며든 그것들과 고군분투를 했다. 다행히 아이는 곧 안정을 찾았고, 우린 이제야 소파 청소 업체를 검색할 여유가 생겼다. 아이의 열도 떨어졌고, 한숨 돌린 듯했다.


그러나 자정이 되자, 아이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한 번 잠에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고 했었던 나였지만, 아이의 아픈 신호에는 귀신같이 눈이 뜨인다. 또다시 분수토가 시작되었고, 쪽잠을 자며 아이의 곁을 지켰다.



입원 그리고 격리.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병원.

“염증 수치가 너무 높네요. 우리 병원에서 검사를 많이 했었네요? (그럼요.. 열성경련, 코로나, 아데노 바이러스까지 다 이 병원에서 구해주셨죠.) 지금까지 본 수치 중 가장 높아요. 당장 입원해야겠어요.

그 말에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이미 수액과 병실의 의미를 알 만큼 자란 나이. 작은 손등에 바늘을 꽂으며, 우린 준비 없이 병실에 갇혔다. 검사결과 아이의 병명은 **노로바이러스(Norovirus)**지금까지 장염을 앓아 본 적은 없었던 아이었기에 복통이 꽤나 불편했을 것이다. 장염이라고 하면 설사를 동반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이에게는 약간의 복통과 구토가 동반되었고 입원하자마자 증세는 빠르게 호전되었다.


**노로바이러스(Norovirus)**는 매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유아나 아동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급성 위장염으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일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으로는, 구토(특히 분수토 형태로 갑작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많음), 설사, 복통, 발열, 무기력감, 식욕 저하로 유아의 경우 성인보다 구토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입원 후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아이의 병명은 입원 이틀째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병명이 나온 그 순간부터 우리는 병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노로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강하여 확진이 되면 격리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1인실 병실료가 지원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첫날부터 1인실에 입원을 했지만, 이틀째에 병명이 나왔기 때문에 첫날은 입원비 25만 원, 이틀째부터는 1만 원으로 적용이 된다고 한다.


사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사 때문에 머릿속이 분주했었다. 그 때문에 아이를 더 잘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실랑이하기 싫어 하원 후 참새방앗간처럼 들렸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말리지 못했었 것도 마음에 걸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격리된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종이를 접고 또 접고, 자르고, 붙이고를 수없이 반복해고, 유튜브 채널의 '여자아이 머리 묶는 법'도 따라 해 가며 실력을 키웠다.





노로바이러스, 그 후



아이는 3일 동안의 병실 생활을 마치고, 무사히 퇴원했다.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었지만, 전염 위험으로 인해 유치원은 갈 수 없어 이틀 간의 가정보육을 해야 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의 토사물은 전염성으로 위해 가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말에 급하게 소파전문청소업체를 불러 3시간에 걸친 청소를 진행했고, 우리 가족은 일상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가 아프면 가족의 일상은 예고 없이 뒤바뀐다.
지금도 병실에서 긴 밤을 지새우는 모든 부모님께 마음을 보냅니다.



사진: UnsplashHiroshi Tsub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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