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발자국이 지도다
― 갈현1동 초등학교, 더 미룰 수 없는 약속
서울 은평구 16개 동 가운데 갈현1동에만 초등학교가 없습니다. 재개발 이후 4000세대가 넘는 대단지가 들어서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까지 30분 넘게 걸어야 합니다. 언덕과 차량 많은 길을 매일 오가는 이 통학 현실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안전과 권리의 문제입니다.
얼마 전 갈현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계속 이곳에서 살아오신 주민을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제 선일여고 선배님이시기도 했습니다. 선배님은 갈현동에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들려주셨고, 특히 초등학교 문제는 모두가 알지만 멈춰버린 과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바르게 정치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며, 제가 그런 정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이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 문제는 단순한 정책 현안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갈현동을 지켜온 주민들의 삶과 자존심이 걸린 약속임을 깊게 느꼈습니다.
학생 수가 압도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학교 신설을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은 저 혼자 힘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함께한다면, 누군가 먼저 “이 방향이 옳다”고 말하고 움직인다면, 멈춰 있던 일도 다시 굴러가기 시작할 것이라 믿습니다. 초등학교 논의는 숫자나 기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동네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선택입니다.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는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수식어로 쓰이지만, 정작 이 동네에 필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고, 어른들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을입니다. 학교는 건물 한 동이 아니라, 마을의 중심이자 세대를 잇는 약속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절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지만 멈춰 있는 갈현1동 초등학교 문제는, “학교를 넘어서 마을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교육은 공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도시의 진짜 지도는 도로선과 용적률이 아니라, 아이들이 매일 걷는 길 위에 그려집니다. 재개발의 성공이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과 배움, 그리고 오래 살아온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증명되도록, 그리고 그 약속의 시작을, 저 혼자가 아니라 여기 사는 우리 모두와 함께 열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