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잊고 기쁘기를
조용한 희망이 떠올라 마음에 길이 났어요
나는 그 길에 조심스레 맨 발을 딛고 섰지요
아래로 폭 빠져버릴까 걱정은 말아요
슬픔은 무거워서 길 아래로 가라앉았어요
어서 건너오세요, 슬픔은 모두 가라앉고
찬란한 기쁨만이 떠오른 그 길 위로
어서 건너오세요, 손을 잡고 춤을 추듯
함께 가요 저 너머 모든 새가 잠드는 곳으로
거기에는 우리 눈을 붙일 자리도 있을 거예요
가서 단잠을 자요 바람이 불어도 깨지 않을
영원한 단잠을요 날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서
깜빡 잊은 표정으로 그저 눈을 붙여요
윤슬, 길
단상
정말 눈이 멀어버리는 줄 알았다.
내가 조금 더 사진을 잘 찍었더라면
아름다움을 더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을까?
제주 송악산에서 바라본 바다 전경.
찬란하게 빛나는 해의 윤슬이 너무도 선명해서
마치 바다 위로 반짝이는 길이 난 것처럼 보였다.
한 발 내딛으면 그 위에 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내 그 풍경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슬픔을 안고 잠든 모든 사람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알지도 못한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들의 슬픔을
나는 얼마나 가늠할 수 있을까?
가늠한다는 것은 기만이 될 때가 많다.
다만 깊이 바랄 뿐이다.
부디 모두 잊고 기쁘기를
길을 내어주고 싶다
윤슬처럼 찬란한 길을
그곳 건너에서 부디 모두 잊고
기쁘기를
감히 그 기쁜 춤사위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