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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Soom Jan 26. 2022

윤슬, 길

모두 잊고 기쁘기를

제주 송악산에서


조용한 희망이 떠올라 마음에 길이 났어요

나는 그 길에 조심스레 맨 발을 딛고 섰지요

아래로 폭 빠져버릴까 걱정은 말아요

슬픔은 무거워서 길 아래로 가라앉았어요


어서 건너오세요, 슬픔은 모두 가라앉고

찬란한 기쁨만이 떠오른 그 길 위로

어서 건너오세요, 손을 잡고 춤을 추듯

함께 가요 저 너머 모든 새가 잠드는 곳으로


거기에는 우리 눈을 붙일 자리도 있을 거예요

가서 단잠을 자요 바람이 불어도 깨지 않을

영원한 단잠을요 날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서

깜빡 잊은 표정으로 그저 눈을 붙여요


윤슬, 길




제주 송악산에서





단상


정말 눈이 멀어버리는 줄 알았다.

내가 조금 더 사진을 잘 찍었더라면

아름다움을 더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을까?


제주 송악산에서 바라본 바다 전경.

찬란하게 빛나는 해의 윤슬이 너무도 선명해서

마치 바다 위로 반짝이는 길이 난 것처럼 보였다.


한 발 내딛으면 그 위에 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내 그 풍경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슬픔을 안고 잠든 모든 사람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알지도 못한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들의 슬픔을

나는 얼마나 가늠할 수 있을까?


가늠한다는 것은 기만이 될 때가 많다.

다만 깊이 바랄 뿐이다.

부디 모두 잊고 기쁘기를


길을 내어주고 싶다

윤슬처럼 찬란한 길을

그곳 건너에서 부디 모두 잊고

기쁘기를


감히 그 기쁜 춤사위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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