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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가발전 Mar 26. 2023

초등 딸과 아빠의 시드니 한달살이

여행의 시작 2 _ 아이를 통해 배우는 삶

여행의 시작 2 _ 아이를 통해 배우는 삶

 

 2022년 여름 회사 업무로 해외 출장을 준비하게 되었다.

아빠가 해외 출장을 그것도 미국으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그날부터 미국에 같이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빠 발음 정말 이상해! 아마 미국 사람들이 못 알아듣을걸!"

  "대화가 안 되면 글로 쓰면 되지. 그리고 아빠 발음정도는 알아들어."

  "내가 같이 가서 말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회사 일로 가는 거라 비행기 표도 없어."

  “트렁크에 실려서 따라가면 안 될까? 영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 시간 내서 해외여행을 가자.”

  “매번 말로만, 언제 갈 수 있는데? 나 정말 가고 싶어.”

  “다녀오면 꼭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을 가자!”

  “약속한 거야!”

  “그래. 약속.”

  “그래도 미국이면 좋겠다. 나 뉴욕이랑 디즈니월드도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아이의 행동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생각과

아이의 요구를 빨리 무마하려는 마음이 합쳐져 계획에 없는 해외여행을 덜컥 약속했다.

 하지만, 맞벌이다 보니 여행을 위한 휴가를 조율하는 것부터 문제가 되었고 특히, 아이가 함께 여행 가기 원하는 엄마의 경우 최소 일주일의 휴가는 생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Emma 언니의 학사 일정을 생각하면 가족 여행은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설령 여행 일정이 해결된다고 해도 여행 출발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았다.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에 나는 출장을 떠났고 아이와의 약속은 내 기억 속에서는 지워져 갔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떠나는 날부터 여행에 대한 희망을 쌓으며 머릿 속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꿈꾸는 아이를 어떻게 이기겠는가?  

결국 아이의 희망을 들어주고 싶었던 우리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미국여행을 가기 위한 계획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지만 2주도 되지 않는 여정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매일 고민하던 끝에 문득 내년 초에 사용할 수 있는 근속휴가가 떠올랐고, 

회사 업무가 변경되는 연초라 근속 휴가에 연차를 연결하면 업무 문제를 최소화하면

2주 정도는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설령, 회사일로 긴 여행이 어렵게 되면 위약금을 내고 그때 기간을 줄여서 다녀와도

나쁜 결정은 아니라 생각되어 해외 여행 일정을 연기하고 아이와 다시 약속을 했다.


  어렸을 땐 나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현실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수십 가지 이유를 붙여 포기하거나 한번 해보고 안 되는 것으로 핑계 삼아 왔었다.

 되돌아보면 아이처럼 원하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적이 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아이를 통해 절심함에 대응하는 법은 배웠기에 그 꿈을 꼭 지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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