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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Jul 03. 2023

아이의 생일엔 엄마에게 축하인사를

아이의 생일.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이고,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모닝뽀뽀도 해주고 힘껏 안아준다. 아이는 한껏 들떠 등교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오늘의 주인공이 아이인 건 맞고 축하받아야 할 사람인 것도 맞다.


근데 거기 내 숟가락도 좀 얹으면 안 될까?


아 그래 이 계절에 만삭이었어. 이 시간쯤 병원에서 진통 중이었지. 아 그때 큰 아이가 날 찾으며 엄청 울었었지. 군필자들에게 군대 다녀온 이야기가 있다면, 엄마들에겐 출산후기가 있다. 둘째가 아홉 살이 된 지금,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묻지 않는 나의 출산 이야기를 아이의 생일날 아침 혼자 드라마 다시 보기처럼 다시 떠올려본다.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아이의 생일에 엄마들이 인정받고 축하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주변의 친한 육아 동지들이 아이의 생일에는 꼭 나에게도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온다.


아이의 생일에 양가 어른들이 축하를 해주신다. 아이의 생일이니 당연히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시는 건데 그럴 때 은근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9년 전 그날 고생 많았다고 누가 좀 한마디만 해주시면 좋을 텐데. 우리 엄마마저도 그저 우쭈쭈 손자만 예쁘다. 시부모님께는 차마 못하니 엄마에게만 퉁퉁거리며 말해본다.


"오늘 내가 축하받아야 하는 날인데?? 나한테 수고했다고 말해줘!"


엄마 호탕하게 웃으며 그래 너 수고 많았다 해주신다. 엎드려 절 받기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나아진다. 나도 참 웃긴 사람이다.




몇 년 전부터 결심을 하나 했다.

나는 딸이 없으니 친정엄마는 못될 테고, 나중에 시어머니가 되면 손주들의 생일에 며느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손주 선물도 하나, 며느리 선물도 하나 해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할매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진 날부터 생일이면 엄마에게 낳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그리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버이날 카드에 으레 적는 말이었지만 이제 진심으로 그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을 낳아주신 시어머니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되었다. 어머님이 낳아주시고 잘 길러주신 덕분에 좋은 남편 만났습니다.


둘째 아이의 생일에 다양한 감정을 느껴본다. 출산을 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아 물론 여전히 당사자가 제일 축하받아야 한다. 생일 축하한다 나의 아들!  


(이미지 출처_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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