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울 거주 17년 차.
제목을 서울 사람의 서울 구경이라고 하려다가, 아무래도 난 서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서울 거주자라 칭했다. 서울 사람이라고 하기엔 서울 거주 기간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서울 사람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무튼 난 현재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나는 서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향인 그곳 사람도 아니고 에라 모르겠다. 난 그냥 대한민국사람 정도로 해야겠다.
결혼하기 전, 아니 정확히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서울 이곳저곳 잘 돌아다녔지만 아이 둘을 돌보는 전업주부로 사는 지금은 생활 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자유시간에도 컴퍼스로 동그라미를 그리듯 다녀올 수 있는 거리도 한정적이었다. 아마도 익숙한 것을 벗어나지 않는 나의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도 한강 위쪽에 살고 있다. 사대문 안에 살고 있는 나는 가끔씩 차를 타고 강남 한복판을 지날 때면 참으로 낯설다. 같은 서울이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한강 남쪽의 서울은 같은 도시가 아니다. 우와~하고 탄성을 지르며 높은 건물들을 올려다본다. 사대문 안의 좁고 꼬불한 길들과는 다른 넓고 쭉쭉 뻗은 도로를 달릴 때면 더욱 이질감이 느껴진다. 어디가 진짜 서울의 모습일까?
오늘은 서울 살면서도 딱 한번 가본 롯데월드타워에 다녀왔다. 오래전 아이들을 데리고 아쿠아리움에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었다. 근처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집에 가려고 잠실역으로 들어갔다가 지하에서 연결된 롯데월드타워 방향으로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어졌다. 화려하고 넓은 그곳을 거닐고 있자니 아 역시 난 서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만 확실해졌다. 20대였다면 나도 이곳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좁고 구불한 길이 많고, 골목골목 숨겨진 맛집이 많은 나의 동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강렬해졌다. 지하철을 타고 잠시 지상을 달리며 서울 구경을 마저하며 익숙한 나의 동네로 돌아왔다.
이곳이 나의 정서에 맞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정서에 맞는 건지 익숙해서 편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때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자꾸 내가 나를 울타리 안에 가두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가도 가도 처음 가본 길이 아직 많은 서울. 여전히 나에겐 신기한 서울. 내일은 조금 더 나의 컴퍼스 폭을 넓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