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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미 Dec 29. 2020

눈이 먼다는 것의 의미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 주제 사라마구 지음

눈이 먼다는 것의 의미


눈먼 자들의 도시 : Blindness | 원제 - Ensaio sobre a Cegueira

주제 사라마구 지음 | 정영목 옮김 |해냄출판사


포르투갈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는 1998년 포르투갈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 작품이 《눈먼 자들의 도시》이다. 읽는 내내 문장부호도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 사이에 어디까지 대화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는데, 이 부분이 현대문학의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새로운 문학언어에 대한 실험 정신을 나타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큰 이유였다고 했다.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시작된다. 그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지만, 이미 모두가 '눈이 먼' 상황에서 벌어지는 개인의 이기심, 이성을 잃고 동물적 본능이 활개치는 사회는 글자로 읽어내려가지만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서 오히려 더 끔찍하고 잔인하고 무섭게 느껴진다.

누구나 보이지만 그것을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은 볼 수 있다는 것을 가지고 있는 자의 선택이다. 아마도 작가는 지금 보이는 것들을 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눈이 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10p

아무것도 안 보여요. 마치 안개 속이나 우유로 가득한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눈이 머는 건 그런 게 아니오,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말을 이었다, 눈이 멀면 검게 보인다고 하던데. 글쎄, 하지만 나는 모든 게 하얗게 보이는 걸요.


467p - |해설| 사라마구의 따듯한 시선, 김용재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눈이 멀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실제 서유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기본적인 생존 양식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와 존재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우리의 인간성조차 쉽게 말살하는 장님이기에 눈을 비벼 눈곱을 뗀 후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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