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Sep 11. 2020

널 더 믿어줘야 하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도록 다시 마음을 다잡을게

얼마 전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첫째가 플라잉 폭스라는 걸 타고 싶어 했다.

아이들 세 명이 플라잉 폭스를 타지도 않고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플라잉 폭스



그 세 아이들이 첫째가 기다리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놀았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첫째를 보고 있기가 마음이 안 좋았다.

첫째가 기다리면서 나를 보길래

첫째가 그 눈빛을 나를 도와달라는 것으로 착각을 했다.


결국에는 내가 개입을 했다.


가서 첫째가 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결국에는 첫째를 타게 해 줬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첫째가 타자마자

또 자기들끼리만 플라잉 폭스 타는 것을 가지고 놀았다.


첫째는 플라잉 폭스를 타려면 줄을 서는 곳에 서 있었다.


데이케어에서 온 아이들이어서 그랬는지

케어러들은 다른 작은 아이들을 신경 쓰느라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들이 있다면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순서를 양보하라고 말을 해주는데 말이다.


첫째는 또 하염없이 자신의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다.


결국 내가 또 개입을 하고

첫째가 또 탔다.


내 개입 때문이었는지

그 아이들은 놀이가 재미가 없었는지

플라잉 폭스를 내버려 두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제야 우리 첫째는 플라잉 폭스를 타고 싶은 만큼 신나게 타고 왔다.


집에 와서 아이에게 물었다.


"첫째가 엄마한테 도움을 바라고 엄마를 쳐다본 거야?"

"아니, 나 그냥 생각하고 있었어. 엄마가 와서 안 도와줘도 됐어."


아이의 말을 듣고 뭔가 띵했다


내가 보기에는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해도

아이에게는 겨우 몇 분 기다렸을 뿐이었다.


아이는 기다려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기다렸던 것이었다.


아이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믿지를 못하고

또 내가 나선 것 같아서 미안했다.


"엄마는 네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았어.

플라잉 폭스 너무 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그랬어."

"엄마, 나도 너무 타고 싶었어. 그래도 엄마가 안 도와줘도 됐었어."

"미안해, 다음에는 엄마가 우리 첫째를 믿고 더 기다려줄게."

"응."


어떤 문제가 아이의 인생에 생겼을 때

내가 다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을 아닌데도 

조급해져서 아이의 문제가 개입을 하려고 한다.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기기를 바라면서도

아이가 문제가 생기면 내가 빨리 해결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충동이 생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이 날 일을 기억해야겠다.


아이가 해결할 것을 믿고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믿고 기다려줘야겠다.


아이를 더 믿어주고 느긋하게 봐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육아에서도 배움은 끝이 없다. 











작가의 이전글 외출 준비는 아이 스스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