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살, 이제 서로의 바운더리를 존중해 줘야 할 때.
우리 첫째는 브리즈번 공립초등학교에 다니고
이제 2학년이 되었다.
만 7살로 이제는 다이슨 청소기를 충전기에서
뽑아서 바닥을 밀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편하게 살려면
꼭 가르쳐야 하는 필수 스킬이라 생각한다.)
만 6살 반부터 우리 첫째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우리 첫째에게 도움을 청할 때랑 밥 먹어라 할 때
말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작년에 책을 읽고 있는 아이에게
아이의 학교 생활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자꾸 말을 걸었는데
책에 집중하느라 내 말을 못 듣는 아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또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읽을 때 누가 말 걸면 싫은데
엄마라는 이유로 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의 깨달음 이후로는
책을 읽고 있거나 뭘 하고 있으면 별로 말을 안 건다.
그러다 보니 첫째에게 잔소리할 일도 없고
투닥거리 할 일도 없다.
2학년이 되면서
가끔 숙제가방 안 챙겨가서 내가 뭐라 하는 것 말고는
도시락도 잘 만들어서 가고
학교 숙제도 잘하고 있으니까
굳이 잔소리를 할 일이 없다.
내가 먼저 말을 안 거니까
첫째도 편안하게 자기 할 일을 한다.
내가 말을 너무 안 걸어서 그런가
첫째는 종종 나한테 편하게 말을 건다.
지금 만들고 있는 레고는 이런 것이다 하는 수다에서부터
학교에서 오늘 뭘 배웠고 누구랑 뭘 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그러면 그 이야기에 최대한 리액션을 긍정적으로 해서 해준다.
멋진 레고네! 라든가
오~그런 일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우리 첫째는 또 신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자기가 하던 일을 하러 간다.
아주 즐겁게 말이다.
학교 가서 뭘 하는지 모르니
애 인생이 궁금한 건 정말 이해한다.
나도 여전히 궁금하지만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애 뭐 하는 데 말 걸지 말자.
이제는 서로의 거리를 적절히 지켜주고
아이가 나와 떨어져서 스스로 만드는 바운더리를
기쁜 마음으로 지켜봐 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런 바운더리가 우리의 편안한 관계를 지켜줄 것이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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