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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Mar 11. 2023

난 첫째 아이에게
말을 먼저 걸지 않는다.

만 7살, 이제 서로의 바운더리를 존중해 줘야 할 때.

우리 첫째는 브리즈번 공립초등학교에 다니고 

이제 2학년이 되었다.

만 7살로 이제는 다이슨 청소기를 충전기에서 

뽑아서 바닥을 밀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편하게 살려면 

꼭 가르쳐야 하는 필수 스킬이라 생각한다.)


만 6살 반부터 우리 첫째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우리 첫째에게 도움을 청할 때랑 밥 먹어라 할 때 

말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작년에 책을 읽고 있는 아이에게 

아이의 학교 생활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자꾸 말을 걸었는데 

책에 집중하느라 내 말을 못 듣는 아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또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읽을 때 누가 말 걸면 싫은데

엄마라는 이유로 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의 깨달음 이후로는 

책을 읽고 있거나 뭘 하고 있으면 별로 말을 안 건다.


그러다 보니 첫째에게 잔소리할 일도 없고 

투닥거리 할 일도 없다.


2학년이 되면서 

가끔 숙제가방 안 챙겨가서 내가 뭐라 하는 것 말고는 

도시락도 잘 만들어서 가고 

학교 숙제도 잘하고 있으니까 

굳이 잔소리를 할 일이 없다. 


내가 먼저 말을 안 거니까 

첫째도 편안하게 자기 할 일을 한다.


내가 말을 너무 안 걸어서 그런가  

첫째는 종종 나한테 편하게 말을 건다.


지금 만들고 있는 레고는 이런 것이다 하는 수다에서부터

학교에서 오늘 뭘 배웠고 누구랑 뭘 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그러면 그 이야기에 최대한 리액션을 긍정적으로 해서 해준다.


멋진 레고네! 라든가 

오~그런 일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우리 첫째는 또 신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자기가 하던 일을 하러 간다.

아주 즐겁게 말이다. 


학교 가서 뭘 하는지 모르니 

애 인생이 궁금한 건 정말 이해한다. 

나도 여전히 궁금하지만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 말고 애 뭐 하는 데 말 걸지 말자.


이제는 서로의 거리를 적절히 지켜주고 

아이가 나와 떨어져서 스스로 만드는 바운더리를

기쁜 마음으로 지켜봐 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런 바운더리가 우리의 편안한 관계를 지켜줄 것이다.

꼭!



Photo by Guillaume de Germa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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