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요즘 주 4일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말이죠.
예전에 간호사로 일할 때 내 근무시간은 일주일에 38시간이었다.
쉬프트 별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고
그중 2시간을 모아서 한 달에 한 번씩 쉬는 날이 있었다.
간호사들끼리 풀타임이나 0.8 (이주에 8일 일하는 것)이나
별 차이 없이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그 38시간도 힘들어서 일주일의 근무를 하고 나면
하루는 밀린 집안일 하고
나머지 하루는 집에서 쉬느라 아무것도 못하기 일쑤였다.
침대에 멍하니 있을 때 종종 생각했었다.
'나 한국에서 어떻게 일했지?'
한국에서는 알만한 큰 회사에도 다녀봤고
작은 회사에도 다녀봤지만 대부분 근무시간이 길었다.
눈치 보느라 다들 앉아있는 분위기 이기도 했고
나도 그 분위기에 많이 앉아있었다.
물론 일이 많아서 그런 적도 많았다.
한 번은 밤새 일하고 새벽에 잠깐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2시간 자고 다시 일하러 나온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쳤던 것 같다.
무슨 큰돈을 벌고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주어진 일이어서 그냥 해야 한다고 해서 했던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는 69시간의 법정근무시간을 늘린다고 했다가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한국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는데 그게 아닌가 싶었고
한국에서 진즉에 나와서 호주에 오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69시간이라니.
일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닌 가 싶었다.
38시간도 뭘 할 시간이 없는데
69시간이면 어떻게 삶을 살아가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정말 일만 하라는 건가?!
그러던 와중에 프랑스에서 주 4일만 일하는 회사가
생산성을 80퍼센트 올렸다는 기사를 봤다.
프랑스로 갔어야 했나 싶은 와중에
호주에서 첫 번째로 주 4일 풀타임 근무를 하는 회사가 생겼다.
Oxfarm이라고 비영리회사인데 연봉은 그대로인데
근무는 4일만 하는데 정말 부러웠다.
다른 회사도 그런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은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 남편 회사가 주 4일 일한다면 아이들 학교 행사에도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은 생산성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여러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반대가 어마어마하니 주 69시간 근무시간이 통과되기는 힘들 것 같다.
한국은 지금 법정 최대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이다.
호주처럼 주 38시간이 되려면 14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38시간도 많다고 느껴지는데 52시간이라니
적어도 호주만큼은 줄여줘야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저녁의 삶이 없는 일만 있는 인생에서
무슨 삶을 찾고
아이를 낳으라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이 14시간을 단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참만에 바뀔지 곧 바뀔지 알 수 없지만
혹시나 주 69시간으로 바뀌거나 하면
탈출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주 69시간이라니
개인도 국가도 돈도 못 벌고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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