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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May 16. 2023

엄마, 난 지금도 이쁜데?!

자존감 높은 우리 둘째 이야기랍니다.

우리 집은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내가 시간은 없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우리 남편과 애들 머리를 내가 자르고 있다.


문제는 내가 손재주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유튜브를 보고 자르기도 하고

남편 머리 자르러 갈 때 옆에서 구경하기도 해서

남자 머리는 얼추 어떻게 자르면 되겠다 싶는

그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데

여자아이 머리는 정말 어렵다.


특히 우리 둘째 머리카락은 내 머리카락처럼

굵고 숱이 많아서 자를 때마다 이걸 어쩐다?! 하고 미궁에 빠지곤 한다.


우리 둘째는 얼굴이나 목에 머리카락이 닿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긴 머리를 싫어한다.


얼마 전 앞머리가 자꾸 눈을 찌르는지 둘째가 불편해했다.

사과머리를 해달라며 앞머리를 묶어달라길래

앞머리 잘라줄까? 했더니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역시나 내가 잘라서 앞머리도 조금 삐뚤빼뚤.

양 옆의 길이가 맞지 않는 옆머리 뒷머리도

조금 정리했는데 길이가 맞을 리가 없다.


실력이 없는 엄마 밑에서 네가 고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12월에 학교 가기 전에 미용사 선생님한테 가서

머리를 이쁘게 자를까? 했더니

싫단다.


-왜 싫어? 양 옆에 안 맞는 거 이쁘게 길이 맞게 자르면 좋잖아.

-싫은데. 그런데 왜 잘라야 해?

-학교 가서 친구들한테 이쁘게 보여야 하니까?

-에? 엄마 -

엄마, 난 지금도 이쁜데?!


어리둥절한 표정의 둘째의 말에 뭔가 띵하니 맞은 것 같았다.

하긴 그렇네 하며 자연스럽게 수긍이 되면서

언제 이렇게 자존감 뿜뿜 하게 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릴 때 언제나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컸다.

당연히 자존감은 낮고 누가 날 막대해도 그럴 만 한가보다 하면서 컸다.

가족들이 그러니 당연히 나도 그렇다고 믿어서

어깨를 움츠리고 살았다.


우리 아이들한테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 이름을 부를 때 이쁜, 멋진 이런 말을 붙여서 이름을 불러줬다.


아이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을 때 안아주면서

우리 아이가 제일 이쁘다고 수없이 말해주었다.


실제로도 우리 아이들은 내 눈에 제일 이쁘고 제일 고맙다.

이렇게 건강하고 잘 크고 있으니 참으로 내가 복이 많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을 끼고 키우면서 그 많은 시간 동안

이쁘다 소리를 수 없이 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그 마음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보니 정말 갖기 힘든 그 마음 말이다.


아직도 난 내가 이쁘다는 아이들과 남편의 말이 어색하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삐쭉 서고 양쪽 길이가 맞지 않아도

자신은 지금도 이쁘다는 우리 둘째의 그 긍정적인 자아상이

참으로 신선하고 부럽다.


우리 둘째가 앞으로도 계속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고 좋아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아군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역시 우리 이쁜 딸,

잘 크고 있다.


Photo by Chela B.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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