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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Jan 19. 2020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가르쳐라.

그러면 엄마도 아이도 둘 다 행복해진다.

Photo by Andreas Weiland on Unsplash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붓을 쥐기도 힘들 것 같은 어린 꼬맹이가

메이크업을 너무 잘하는 유튜브 비디오였다.


한번 그었더니 얼굴이 정말 달라지는

저런 멋진 메이크업을 어디서 배웠을까 하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엄마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엄마가 하는 것을 보다 보니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아이를 조금씩 가르쳐주었더니

메이크업을 이렇게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이렇게 엄마나 아이나 가장 좋은 육아방법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가 좋아하고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책을 좋아한다.

우리 첫째가 읽는 책을 보면서도

자주 이 책 너무 멋지고 재미있다!라는 

감탄을 날리는지라

그런 나를 봐서 우리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상상하고 쓰는 것도 좋아해서

이런저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건 내가 시간을 내지 않아도 하는 일 중에 하나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쥐어짜서라도 한다.

뭔 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주말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가 우리 방으로 건너오면

난 뭔가를 노트북에 쓰고 있다.


- 엄마 뭐 해?

- 엄마 글 써. 빨리 쓰고 내려갈게.


우리 첫째가 잘 때 남편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을 끄고 한참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 근래 아이들이 같이 자면서

나도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들어도 재미있다.


Cranky Printer 가 프린트를 하기 싫어서

화를 내다가 어떤 일이 있어서

프린트를 다 해주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남편이 해주는 것을 들었는데

너무 창의적이고 재미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우리 집은 그러니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우리 아이들이 이야기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내가 뭘 가르치지는 않았다.

가르치라고 제목에 써 놓았지만,

그냥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보여주기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는 것을 보여주니까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거나,

또는 그림을 좋아했다면 분명 또 달라졌을 거다.


우리 아이들은 음악을 좋아하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책 육아, 엄마표 영어 등

애한테 엄마가 뭘 해줘야 한다는 육아서들이 많다.


그런 건 좀 참고서로 읽어두고

필요한 것만 써먹고 그런가 보다 하면서

엄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엄마도 활력이 생긴다.

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푼다.

육아에 주 중심이 책이 될 수밖에 없다.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아이가 좋아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엄마가 좋아하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공유할 일이 많아진다.


셋 중 두 아이가 이제 만 5살이 넘었고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저녁을 먹거나 잠시 쉴 때 어린 셋째 아이 빼고는 

셋이 전부 책을 읽고 있다.


각자 원하는 책을 읽는 그런 시간,

내가 그렇게 고대하던 시간이 드디어 왔다.


따로 또 함께 하는 이 시간 속에서 

우리와 아이들의 유대는 점점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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