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Feb 01. 2020

첫째가 둘째를 사랑하게 하는 법

덕분에 우리 애들은 사이가 참 좋다오.

Photo by Kevin Gent on Unsplash



첫째가 왜 둘째를 싫어하는지 아는가.

그건 엄마가 그만큼 첫째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넌 첫째니까 이렇게 해야 하고

넌 첫째니까 날 도와줘야 하고

넌 첫째니까 양보를 해야 하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한다.


둘째가 너무 이쁜 것은 알겠지만,

첫째도 아직 어린아이인데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내 동생을 너무나 싫어했다.


동생을 싫어했던 첫째였던 내 경험을 되짚어보고

다른 방식으로 우리 첫째를 키워서 그런가

첫째는 둘째를 많이 좋아하고

많이 사랑하고 잘 돌봐준다.


둘째의 첫 4개월. 첫째 아이에게 더 집중한다.


둘째가 태어나고 첫 4개월 동안은 첫째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둘째가 깨면 깨는 데로 아기띠를 해서 재워야겠다는 각오를 해서 그런가

다행히 우리 둘째는 첫 4개월은 잠을 잘 자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이 수유할 때 빼고는 첫째 아이를 더 집중해서 케어했다.

특히, 수유할 때는 첫째 아이에게 설명을 끊임없이 해줬다.


-첫째야. 첫째도 밥 먹지? 배가 고프면.

둘째도 밥을 먹어야지 잠을 잘 수 있어.

우리 공평하게 첫째도 밥 먹었으니까

아가도 밥 먹이자? 아가 밥 먹는 동안

첫째도 놀고 있어.


둘째가 태어나고 1년간 몇 번은 수유할 때 방해하는

첫째 때문에 화를 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첫째가 기다려줘서 잘 넘어갔던 것 같다.


첫째 아이에게 시선과 신경을 놓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둘째 아이가 울어서 안고 있어도,

아이를 달래면서 첫째 아이에게는 말을 걸었다.


-첫째야, 괜찮아?


이 말과 함께 첫째에게 시선을 주면

둘째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불안해했던 첫째가 진정이 되었다.


둘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첫째를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시선과 말은 간간히 첫째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쓴다.


-첫째야, 괜찮아?

둘째가 자꾸 울어서 엄마가 안아주느라

첫째랑 못 놀아서 미안해.

-엄마 괜찮아. 나 이거 할 테니까 걱정 마.


이렇게 까지 말하는 만 4살 아이가 되었다.


지금 둘째가 잘 크고 있는 것은
다  첫째 아이 덕분이다.  


둘째 아이가 말이 빠른 것도

첫째 아이와 잘 노는 것도

책을 좋아하는 것도

다 첫째 아이 덕분이라고 말을 해야 한다.

그것도 첫째 앞에서.


둘째를 칭찬하거나 이뻐하게 되면,

그다음에

우리 첫째 덕분에 둘째가 배웠나 보네 하는

말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보고 있는 첫째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된다.


엄마가 나 덕분에 동생이 말 빠르고

잘 논다는데 싫어할 첫째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둘째를 이뻐하거나 칭찬해야 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첫째 덕분에 이렇게 배웠나 보네 하고

같이 칭찬을 해준다.


첫째에게 양보를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 집은 첫째에게 양보를 강요하지 않는다.

무조건 선착순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도 둘째가 늦게 가져오면

둘째는 기다려야 한다.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 때

첫째가 먼저 장난감을 집었다면

첫째가 다 가지고 놀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둘째가 아무리 울고 찡찡대도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둘째가 첫째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든 뭐든

뺐어서 가지고 놀려고 하면

둘째를 나무란다.


그러면 첫째가 알아서 양보를 해준다.

역시 양보를 강요하지 않아야

양보를 하는 아이가 되는 듯하다.


넌 첫째니까 이렇게 해줘야지


넌 오빠니까 이걸 해줘야지 라는 말을 난 해본 적이 없다.

왜 오빠니까 이렇게 해야 줘 하는가.

우리 첫째는 오빠로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어쩌다 보니 나 덕분에 오빠가 되었지.


그래서 첫째니까 뭘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넌 너고 둘째는 둘째야 라는 생각을 한다.


대신 만 4살이니까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기는 한다.

그 정도면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만 4살이니까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엄마가 말했으니까 나도 할 수 있어 - 라는

자신감을 아이에게 줄 수 있다.


오빠니까 동생이니까

남자아이니까 여자아이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처럼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것도 없다.



여러 가지 자잘한 방법이 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렇게 하고 있다.


이렇게 해와서 그런지

둘째가 태어났다고 해서 내가 힘들다고

억지로 첫째를 데이케어에 안

그런지 모르겠지만,

둘이 여전히 사이가 좋다.


둘이 사이가 좋으니

둘이 깔깔대면서 놀 때를 지켜보는 게 좋다.

그럴 때마다 둘 낳기를 잘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사이가 좋고 나쁘고는

부모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첫째가 둘째를 싫어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간과하고

첫째한테 동생이니까 좋아해야 한다고 한다면

나라도 더 싫어질 것 같다.


애가 둘 이상이라면

아이들이 서로 좋아할 수 있도록

각자 연구를 해보시기를.


육아에 정답은 없고

애들은 다 다르고

엄마들마다 상황은 다 다르니

정답은 각자 찾고

참고만 하는 걸로.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가, 행복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