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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Mar 06. 2020

핸드폰 없이 아이와 식사하는 법

은근히 은밀하게 작업 들어가 봅시다.


식당에 가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어른들이 밥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핸드폰을 보여주고,

핸드폰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밥을 먹여주는 그 모습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식당에 가서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보여주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다.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고도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앉아서 먹는 연습은 집에서부터.


우리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서

식탁에서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이유식을 시작했을 때부터 하이체어를 썼고,

아빠가 함께 식사를 하는 아침과 점심은 무조건 식탁에서 먹었다.


점심은 내가 해주는 주먹밥으로

대충 먹어서 식탁에서 먹지는 않지만,

돌아다니면서 먹지는 않는다.

점심도 무조건 내가 김 주먹밥을 해주면

무조건 내 앞에 앉아서 먹는다.


간식도 마찬가지다.

돌아다니면서 먹어도 떨어지지 않거나 하는 음식은

돌아다니면서 먹게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간식조차 앉아서 먹는다.


어차피 치우면 되는 부스러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부스러기 때문에 들어올 거대한 바퀴벌레 때문에 그렇다.


한국 바퀴벌레는 호주 바퀴벌레에 비하면 귀엽... 다.

호주 바퀴벌레는 진짜 크고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날아다니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 바퀴벌레들은 페스트 컨트롤 때문에

다행히 날아다니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간식도 무조건 앉아서 먹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앉아서 먹게 할 것인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앉아서 안 먹으면 음식을 안 주면 된다.

안 먹으면 지 손해다. 엄마 손해가 아니다.


아이들이 치즈를 먹고 싶어 하는데 앉아서 안 먹겠다고 한다.

그러면 웃으면서 안 주면 된다.


그러면 치즈가 먹고 싶어라도 가서 앉아서 먹는다.

우리 애들은 내가 안된다고 하면 안 해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자리에 앉아서 먹는다.


이렇게 앉아서 먹으면서 연습을 한다.

앉아서 먹는 것이 연습이 되어있어야

식당에 가서 앉아서 먹을 수 있다.


이런 연습이 안되어 있는 채로

식당에 가서 무조건 앉아있으라고 하면

아이가 가만히 앉아있을 리가 없다.


다른 사람이 아직도 먹고 있다면 기다리는 연습을 시킨다.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할 때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엄마인 내 권한이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자리에서 나와도 된다고 하지 않는 이상

자리에서 기다리도록 연습을 시켰다.


어른들이 또는 동생이 또는 오빠가 다 먹지 않았다면

무조건 상대를 위해서 기다리도록 했다.


그걸 한 만 4년 했더니 우리 첫째는

다른 사람이 다 먹었으면 기다려야 하고

엄마가 허락하지 않으면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 둘째(21개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문을 하고 나면 아이와 밖에 나와서 놀아라.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나서 식당에 바로 들어가면 안 된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난 주로 주문을 하고 나서 우리가 밖에 있을 거라고

말을 하고 나온다.


밖에서 아이들과 조금 놀고 있으면 음식이 나온다.

음식이 전부 나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먹는다.


아이들은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이 아주 적다.

그 능력을 최대한 과소평가하는 편이 낫다.


가끔 나도 주문을 하고 이 부분을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주문하고 아이들과 앉아있다가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아이들이 굉장히 지루해한 적이 꽤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면 무조건 밖에 나가서 아이들과 놀아라.


음식은 전부 동시에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주문한 음식은 전부 동시에 나오도록 요청한다.

식당에서 아이들 음식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다 먹고 나서

어른들이 먹게 된다.


아이들은 배가 부르면 자리에서 빠져나와 놀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아이들도 어른들도 동시에 식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책 또는 작은 장난감을 가져간다.

음식이 다 먹고 나서 볼 수 있는 책이나

놀 수 있는 작은 장난감을 챙긴다.

우리 집은 주로 책을 가져가서

어른들이 식사가 늦게 끝나면 내가 먹으면서 조금씩 읽어주곤 했다.

스티커를 미리 준비해서 가져가서 둘째에게 붙여주면서 밥을 먹었다.


식당은 아이의 능력에 맞춰서 밥 먹으러 간다.

식당에 가서 아이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기는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첫째 같은 경우에는 2살 반부터

식당에 가면 앉아서 밥을 다 먹고

어른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우리 둘째는 첫째가 잘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보고 배웠는지

음식을 먹고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곧 기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번에 핫도그 먹을 때 둘이 앉아서 날 기다린 걸 보면

곧 식당에 가서 좀 편하게 밥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둘째가 식당에서 어른들을 기다려 줄 능력이 아직은 부족한 듯하여

우리는 외식보다는 포장을 해와서 집에서 먹는 편이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핸드폰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그거 보여준다고 길게 보면

애 인생이 어떻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가족의 식사시간은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식사시간이 되었으면 해서

집에서도 밖에서도 이런 방법을 써서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고 아이들과 식사를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식당에서 다른 사람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미디어의 도움 없이

차분히 기다리는 아이를 볼 수 있다. 


도움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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