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거 아니면 안돼
(2024년 11월 18일 '나의 기록'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20-21살 대학 2년.
22살에 편입 1년.
23-24살 산업체 2년.
25살에 실업급여와 엄마의 천 만원으로 유튜브 도전 후 실패.
26살부터 지금까지 택배인생.
원래라면 26살에 칼졸업 후 취직, 그리고 벌써 회사 생활 2년차가 되었을 나이다.
그런 나이에 다시 학교를..
그것도 아예 다른 과로 전과해서 1학년 수업부터 다시 들어야한다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순간이다.
빚은 빚대로 쌓여있고 모아놓은 돈도 없다.
이보다 최악이..
있기야 있겠지.
그치만 나에겐 정말 최악 같이 느껴졌다.
문득 보고 말았다.
카톡 친구 중에 K라는 친구의 프로필을 말이다.
그 친구는 나와 친하던 대학 동기다.
벌써 2022년에 타 명문대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대체복무 산업체로 복무 중인 상태였다.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난 지난 3년 동안 지방 도시에서 택배인생을 살 동안,
그 친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에서 연구와 공부를 했던 것이었다.
내 깊은 심연 속에 묵혀놓았던 열등감과 비교의식이라는 놈이 마구 샘솟았다.
괴로웠다.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들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뭘 할 수나 있는 건지..
그야말로 답이 없었다.
무작정 유튜브를 켜서 ‘현타 올 때 대처법’이라고 쳐봤다.
여러 영상 중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는 것이었다.
그래.
난 많이 늦었다.
대략 4년 정도..?
4년이면 대학교를 졸업할 시간이다.
그 정도로 늦었는데 도대체 뭘 바라는 거냐.
어떻게 경쟁력이 있길 바라는 거냐.
내가 그들과 똑같은 대우를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다.
내가 허송세월 보내는 동안 노력했던 다른 친구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살았다면 어쩌면 그들보다 더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적어도 비슷한 수준이기라도 했을 텐데..
라며 깊은 후회를 해본다.
공대에 대해 알아보았다.
가서 배울 내용과 졸업 후 진로, 진출분야 등 말이다.
그냥 가시밭길이더라.
우선 28살, 아니 29살의 굳은 머리로 기억이 나지 않는 수학, 물리 등의 지식을 떠올려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최소 석사는 나와야 하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것.
학업을 하는 동안 생활비가 부족할 것이라는 것 등…
얼핏 짐작해봐도 수많은 난관과 장애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더욱 좌절했다.
그렇게 깊은 구덩이 속에서 한참 있었다.
그러다 결국 인정, 어쩌면 체념을 했다.
요즘 졸업 후에도 1-2년 동안 취업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렇게 어렵게 취직해도 초봉이 겨우 4천 안팎이라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뀐 것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택배일은 그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돈벌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일이 고되고 몸이 힘들다.
그래도 정신적 스트레스는 덜하지 않나?
지적 에너지를 많이 써야하는 글쓰기를 부업으로 삼기에는 오히려 좋을 지도 모른다.
어찌저찌 겨우 마음의 갈피를 잡았다.
‘나 서울 안 올라가. 그냥 택배 할래. XX!!!’
이런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글을 쓴다.
난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마인드로 글에 매달려보자.
어차피 취업하더라도 똑같은 거 아닐까 싶다.
다시 한번 되뇌이자.
“나 이거 아니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