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부영농장과 인성물산의 이야기
세 달 전쯤 갑작스레 온몸에 기운이 빠져나간 느낌으로, 운동을 할 힘도 없을뿐더러 겨우 출퇴근만 하며 저녁 9-10시면 잠에 들었는데도 2주간 변화가 없어, 한의원을 찾았다. 그 원인에는 수면장애도 있었고, 복합적인 이유들로 맥이 너무 약하다며, 원래 약한 편인지, 일시적인 건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일러 주셨는데 보약이라도 지어먹으면 괜찮아 질까 싶어 마시기 시작했다. 술도 최대한 안 마시고, 세 달 동안 두 번 정도 마셨나.
세 달간 맥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예전만큼의 기력은 나지 않는 기분이라 사실 한약을 먹는 게 일시적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실생활 나의 습관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가장 문제인 수면부터 식습관 그리고 적당한 운동까지. 밸런스를 잘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에너지 이상의 운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영양은 제대로 섭취하고 있는지, 나를 잘 아는 게 우선적으로 중요했다. 건강한 체력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건강한 생각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의 에너지를 빼앗는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나려고 쓰는 에너지조차 쓸 힘이 없는 상태였달까.
이번 제주 여행은 나에게 어쩌면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제주의 자연환경에 놓이니 그 환경 자체만으로도 주는 에너지가 있었고, 이미 회복된 상태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마음으로 여행하던 차에, 재석님과 부영농장, 인성물산 대표님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데, 대표님은 중국 난징에서 대학을 나오셔서 중국과의 인연이 있었다. 현재는 대표님 아버님이 하시던 일을 함께 하고 계셨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인성물산은 몸을 회복시키는 다양한 자연 재료들을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섭취를 하도록 제공하며 건강 회복을 돕는 차, 술,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부영농장도 본래 소유주 분께서 인성물산을 통해 몸을 회복시키시며 병환으로 예상했던 기간보다 오래 사셨고, 인성물산에 부영농장을 넘기시면서 현재는 사람들의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한 공간으로 구성하실 예정이라고 한다.
*부영농장 https://www.instagram.com/booyoung_nongjang/
최근에 내가 겪은 몸 상태를 여쭤보니 간에 화가 찼다고(!), 그리고 목소리와 내 상태를 보고 나의 문제들을 발견하시는 걸 보고 바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부르게 됐다. 나에게 마시면 좋을 차를 알려주셨고, 다음날 맛보라고 차를 챙겨 주신다며 재석님 연락이 왔다. 받으려고 잠시 인성물산에 들리게 되었는데, 이곳에는 128년 된 씨간장을 기부받았다며 놓여 있었고, 그에 파생된 발효 음식들이 담긴 장을 보고는 순간 뭔가 어마어마한 걸 본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이 정성 들여온 시간과 역사가 이곳에 있는 게 아닌가 싶었고, 이곳의 음식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시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가 ‘오지나’ 다이닝 팝업을 통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예약제로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만남이 아니었을까. 지금 시기에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들과 앞으로 건강을 위해 잘 먹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