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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r 19. 2021

행복한 기억으로의 초대

바질 향의 추억

바질 모종


오늘 유난히 햇살이 거실 한가득 들어왔다. 창밖을 보니 새싹들도 돋아나 있었고 듬성듬성이지만 꽃들도 피어서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날이었다. 나무들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고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은 바람에 의해 흔들거리는 나뭇가지로 인해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나뭇가지에 앉았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기다리던 바질 모종이 배달이 되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박스를 개봉하고 바질 모종이 다치지 않았는지 눈으로 확인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되도록이면 플라스틱류를 사용하지 않고 구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부를 구입할 때 나오는 용기는 어쩔 수 없이 깨끗이 세척해서 분리수거를 하는데 오늘은 바질 모종을 담아두는 용도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었다.



쑥쑥 잘 자란 바질   //   햇살 샤워중인 로즈마리


나의 집의 베란다는 집의 규모에 비해 작은 편이다. 빌딩형으로 지어진 아파트로 되어있어서 거실이 베란다 없이 확장이 되어있고 거실의 두 벽이 전부 창문으로 되어있어서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지만 베란다가 없는 점이 늘 아쉽다. 다만 안방에 작은 베란다가 있어서 그곳에 화분들 몇 개를 두고 나는 허브류를 키운다.



 로즈메리는 작은 모종부터 키웠는데 키가 거의 60센티 정도가 된다. 바질은 한해살이 허브류라서 매해 모종을 구입한다. 오늘 그 모종이 나에게 온 것이다. 배송 중에 몸살이 났을 바질 모종을 달래주려고 물을 조금 부어주고 햇살을 쬐게 해 주었다. 이 상태로 며칠 두고 있다가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옮겨 심어 주려고 한다.



로즈마리 생선구이 & 바질 샐러드    //   바질 샐러드 & 로즈마리 연어 스테이크 & 바질 파스타


나는 요리를 할 때 허브를 잘 사용한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허브류를 먹고 자라서 매우 익숙하지만 그것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다가 지금 중학생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5월에 영국 런던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바질"에 대해 매우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이는 런던에서 바게트 샌드위치를 사 먹을 때 종종 바질이 들어있었고 익숙한 맛이어서 잘 먹었었다.



런던의 타워 브리지


아이는 런던을 정말 가보고 싶어 했고 런던에서 아이는 자연사박물관과 대형 박물관 그리고 내셔널 갤러리에서 그동안 책에서만 봤던 것을 실제로 직접 보면서 매우 감동스러워했었다. 아이는 타워브리지를 걸으면서 너무 기뻐서 총총 뛰는 걸음으로 달려갔다 왔다를 반복하고 목소리 톤도 한 톤이 더 올라가 있었다. 아이는 정말 런던이 너무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나 보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는데 그때 우리가 먹었던 것이 생바질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였다. 아이는 런던의 마지막 날에 히드로 공항에서 먹었던 바질 샌드위치를 행복한 기억의 한 조각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런던 여행 이후 집에서 바질을 더 잘 먹게 되었다. 샐러드나 샌드위치 그리고 스파게티를 먹을 때 바질을 많이 넣어 달라고 주문을 한다.



아이는 바질을 먹으면서 그 바질의 향으로 인해 행복한 기억을 소환한다.  늘 런던 여행에서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는 행복감에 젖는다.



냄새에서 오는 느낌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한다. 이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바질 향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인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던 곳에서 먹었던 음식은 시간이 흘러 다시 동일한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행복한 그 시간으로 추억여행을 보내준다. 음식의 동일한 맛과 향으로 그 행복감을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바질 모종을 보고 반가워했다.

바질은 아이에게 행복한 런던의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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