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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May 31. 2021

오월의 어느 날

청춘 시절을 그리워 하며


오월은 초록의 잎이 더 선명한 색을 내고 꽃들은 화려한 컬러를 마음껏 뽐내는 계절이다. 큰 나무의 줄기는 하늘 높이 올라가 푸른 하늘에 초록의 컬러를 수놓는다. 그 나뭇잎 사이로 황금빛의 커튼은 눈이 부시게 지면의 초록 요정들을 비춘다.


그냥 걸으면서 하늘을 바라만 보아도 좋은 계절이 오월이다. 화장을 하지 않고  면 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예쁜 청춘이 오월의 느낌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오월만 되면 내 청춘시절의 기억의 한 조각이 하나씩 생각나곤 한다.


성별이 남자인 그 아이는 내 친구이다. 봄의 짧은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꽃이라고 프리지아 꽃 한 다발을 만날 때마다 수줍게 주던 그 아이의 미소는 오월의 햇살과 닮았다.


내가 대학교 앞에 리포트 워드를 맡기려고 하면 굳이 내 학교까지 와서 나에게 리포트 워드칠것을 받아서 가져가곤 했다. 그 시절에는 컴퓨터가 흔하지 않아서 대학교 앞에 워드를 대행해 주는 곳이 있었고 수기로 리포트를 써서 제출하는 것보다는 워드를 쳐서 깔끔하게 리포트를 제출하면 교수님이 점수를 더 후하게 주곤 했다.


공과계열이었던 그 아이는 수기로 쓴 내 리포트를 받아서 밤새 워드를 정갈하게 쳐서 이른 아침에 내 대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등교하는 나를 발견하면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시선이 나를 부르는 그 아이의 목소리를 따라서 가면 그 아이의 오월의 햇살 같은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내 친구의 친구가 그 아이의 친구여서 전해 들은 이야기는 그날이 그 아이의 중간고사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고 한다. 이런... 그러면 그 아이는 본인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 내 리포트 워드를 쳤단 말인가.


강의를 마치면 여대여서 남자는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그 아이는 대학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반기며, 왜 나에게 시험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며 그렇게 나에게 말했으면 리포트 워드를 부탁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을 하면, 그 아이는 멋쩍게 웃으면서 "원래 공부 잘하는 애들은 시험기간에 여유로워, 이렇게 워드를 핑계 삼아 한 번 더 얼굴 보러 올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리포트를 잘 받아서 제출한 나는 그 아이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었다. 비싼 것을 먹으라고 말을 해도 학생이 무슨 돈이 있냐며 본인도 학생인데 살뜰하게 날 챙겨주던 그 아이의 마음이 따뜻했다.


삐삐가 비싸서 흔하지 않았고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에는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만났다.


오월의 어느 날 기억의 한 조각을 기분 좋게 꺼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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