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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n 11. 2021

사춘기 아이와 시험공부하는 작은 이야기

© PublicDomainPicturesphotography, 출처 pixabay


요즘 아이의 기말고사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아이는 코로나 때문에 작년 2월부터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집에서 공부를 한다. 지역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서도 종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걱정이 되기도 했고 중학교 3학년 중간고사 때까지는 밤 12시 이전에 잠을 자는 아이를 위해 보낼 수 없었다. 요즘 기말고사를 앞두고는 아이가 새벽 1시에도 깨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내 지인들 중에 학원을 다녀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밤 12시쯤 집에 도착하고 씻고 간식을 먹고 학원 숙제를 하면 새벽 2~3시에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국어, 영어(문법), 사회, 과학(물리를 제외한 생물, 화학, 지구과학), 역사, 도덕 과목을 도와주고 아이의 아빠는 수학과 물리를 도와준다. 지극히 문과 스타일인 나와 전형적인 이과인 신랑의 분업이 정말 잘 이루어진다.

아이가 초등 6학년 때까지는 전 과목을 다 좋아했다. 아이는 전 과목을 다 재미있어했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도 사춘기를 시작하지 않아서 모든 과목을 전부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들어와서는 아이의 사춘기도 시작되었고 과목별 "선호도"가 생겼다.

초등 때는 아이와 함께 외우고 서로 퀴즈를 내면서 즐겁게 맞췄다. 아이는 나에게 문제를 내었을 때 내가 다 맞추고 내가 아이에게 문제를 내었을 때 아이가 다 못 맞추게 되면 엄청 속상해하면서 엄마를 이기고 싶어 했다. 그 "엄마를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이의 공부에 즐거움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퀴즈를 내면서 즐겁게 공부를 했다.

중학생이 되고 과목별 선호도가 생긴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수학과 물리만 공부하고 싶어 한다. 수학은 몇 시간이고 붙들고 있고 자유 시간에도 즐겨 푼다. 아이는 수학과 물리가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아이는 암기과목을 정말 힘들어한다. 암기과목은 내용을 이해하더라도 중요한 개념 부분은 정확하게 외워주어야 한다. 시험에서 정확한 용어를 표기하지 않으면 감점 처리가 될 때도 있기 때문에 비슷한 말이 아닌 정확한 그 용어를 기억하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초등 때까지 그렇게 재미있게 공부하고 나와 잘 외웠던 아이는 내가 이미 다 외운 시간에도 아이는 안 외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내키는 날에는 아주 쉽게 외워버린다.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과목별 선호도가 있어도 시작하는 단계였던 것 같다. 작년 중학교 2학년 때와 지금 중학교 3학년인 아이의 과목별 선호도의 차이는 더 크고 뚜렷해졌다.

아이의 공부는 "마음"에 달려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과목은 마음이 즐거워서 공부가 쉽게 되고 본인의 관심이 없는 과목은 마음이 가지 않아서 공부가 잘 안 되는 것이다. 지금도 도덕 공부를 하다가 막상 외워야 하는 시간이 오니 아이의 집중력이 흐려졌다.


© distelAPPArath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는 우유와 바게트 마늘빵을 가져와서 아이와 함께 먹으면서 잠시 이야기를 했다. 우리의 대화는 사소한 것이었지만 즐거웠고 웃음소리가 났다. 마음이 풀어지면 다시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와 대화를 하면서 간식을 먹고 즐거운 마음이 생긴 아이는 다시 외워야 하는 부분에 집중을 했다.

중학생이어서 초등일 때보다 다 큰 아이인 것 같아도 키만 큰 어린아이의 모습이 지금 내 아이인 것 같다.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면서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있다. 더 시간이 흘러 아이가 성장을 하고 직업을 갖게 되면 언젠가는 독립을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아마도 지금 아이와 토닥거리면서 공부했던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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