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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Nov 18. 2020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행복을 찾아 떠나는 지구별 여행

단풍 나뭇잎이 살랑거리면서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불던 아이의 열네 번째 가을 이야기이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자유 학년제의 수업을 친구들과 즐겁게 만끽하고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또 토론 수업과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이 있어서 아이는 아주 즐거워했다.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 걸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던 나는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는데도 요즘 아이답게 알아서 수강신청도 척척해내고 수업을 잘 듣곤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어떤 수업을 듣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중학교의 자유 학년제는 공식적인 중간, 기말고사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본인이 흥미 있는 것들을 수강할 수 있고 본인의 적성을 찾을 수 있다.


로봇공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아이는 과학 실험과 독서토론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공식적인 시험이 없는 대신에 교과목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의 학습이 염려되어 단원평가 시험을 종종 보곤 했다.

 
일반적으로 복습을 잘해 놓으면 무난하게 시험을 볼 수 있는 정도로만 문제를 출제해서 큰 근심 없이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아이는 집에서 공부를 마치면 언제나처럼 거실에서 조잘조잘 떠들면서 분주하게 본인 하고 싶은 것들을 식탁 위에 펼쳐놓고 놀곤 하는데 이상하게도 본인방에 들어가서 놀겠다며 나를 종종 거실에 혼자 두곤 했다.


나는 '아이가 사춘기인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가?' 그러면서 내버려 두고 나 또한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11월이 지나고 12월의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우리 집은 12월 초에 보통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고

한 달 내내 집에서 캐럴송을 틀어놓고 분위기를 즐긴다.


한 해를 마감하는 의미도 있고 별다를 거 없는 일상을

예쁘게 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이브 때

꼭 근사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외식을 하고 선물도 사고 그랬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된 후에는 집에서 소박하게 연말 파티를 하게 됐다.


간소한 음식을 차리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꾸미고, 캐럴송을 틀어놓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우리 가족만의 홈 파티를 한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그려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엄마, 아빠 것 2개를 만들려면 그것만 해도 며칠이 걸린다.


12월은 항상 분주하지만 이상하게 더 분주한 아이가 궁금했으나 주변 엄마들이 사춘기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는 당부를 기억해 내곤 애써 무심히 넘겼다



아이가 직접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고 각자 선물 교환을 했을 때

나는 카드와 작게 포장되어 있는 선물을 받았다.


촉감이 딱딱하면서도 조금은 말랑해서 추측이 불가능했다.
포장을 풀어보니 매끈한 털실 같은 걸로 촘촘히 짜여 있는

컵 받침이었다.
레드와 네이비 컬러의 끈과 광택 나는 실버와 초록이 섞여 있어서 정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컵 받침이었다.


의기양양하게 아이가

" 엄마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라고 말을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엄마는 못 봤는데?"


아이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꺄르르 소리를 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학교에서 수업 신청해서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죠"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이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은 컵 받침을 만들려는 아이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행동들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커피 마실 때 컵 받침으로 사용하세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감동이 크게 몰려왔다.

아이가 나를 위해 몰래 시간을 내서 한 올씩 짰을

아이의 마음이 고마웠다.

나는 평소에 헤프게 사용하긴 아까워

어쩌다 가끔 사용하다가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사용하려고 꺼냈다.


아이가 손수 짠  컵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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