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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ug 29. 2021

아이의 고등학교 입시가 시작되었다

© Pexelsphotography, 출처 pixabay                                          

아이가 어제 하교하고 집에 와서 그동안 상장받은 것과 2학년과 3학년 1학기의 성적이 기록되어 있는 "내신성적 기초자료 확인서"를 주었다. 나는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아이에게 책상 위에 올려두라고 말을 했는데 아이는 성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입시 관련 서류"라고 말해서 잊고 있다가 토요일인 오늘 생각이 나서 보니 아이의 중학교 성적이 기록되어 있는 서류였다. 상장은 고등학교 입시 때 기록할 수 있는 것만 따로 프린트해서 준 것이라고 한다.



신랑이 쉬는 주말이어서 함께 서류를 보았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자유 학년제였기에 교과성적이 기록되어 있지 않고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1학기까지 기록이 되어 있다.



아이는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 체육만 B를 받고 전 과목 A를 받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는 전 과목 A, 3학년 1학기 때도 전 과목 A를 받았다.


아이의 내신 성적 기초자료 확인서,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1학기 때 성적 기록

지필 고사와 수행평가가 합쳐져 있는 요즘 내신성적에서 A를 받기는 쉽지가 않다. 지필 고사는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고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을 하고 또한 주말에는 주간 복습을 한 후 시험기간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면 100점을 받을 수 있지만 수행평가는 내가 학창 시절에 실기 시험을 본 것과 정말 차이가 커서 여러 번 놀랐다. 다양한 관점에서 시험을 보는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아이는 정말 많이 바빠 보였다.



내 아이는 나를 닮아서 체육을 힘들어한다. 나는 체육을 잘하지 못했는데 그런 나를 닮은 아이가 안쓰러웠다. 아이는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 체육 B를 받고 나서부터는 체육 수행평가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고 노력해서 시험을 본다.


내 아이는 아이 아빠를 닮아서 노래 부를 때 박자 맞추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음악 수행평가를 열심히 준비하였다.


아이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최선을 다해 수행평가를 보았다.

아이는 자신이 타고난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 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이 나는 안쓰러웠다.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인 작년에 코로나가 발생하였고 아이는 다니던 영어학원 한 곳도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많았고 특히 학원가에서도 잊을만하면 확진자가 나와서 염려가 되었다. 그리고 내 아이는 평소에 밤 11시쯤에 잠을 자기 때문에 중학생들이 다니는 내신을 준비해 주는 학원은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수업을 마쳐서 아이가 밤 11시에 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내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공부를 하였다.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아이가 공부 계획표를 짜고 그 진도에 맞추어서 공부를 해 나갔다.



아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결과물이 종이 한 장에 담겨 있었다. 나는 마음에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다.

아이가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나에게 아이의 성적 기록은 감동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시험의 결과에 마음을 두지 말고 과정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시험은 모르는 것을 알고 넘어갈 수 있도록 보는 것이다."라는 말을 종종 해준다.


그리고 아이의 시험공부를 도와준다. 내 아이는 지극히 이과형 스타일의 아이여서 초등학교 때는 전 과목을 좋아했지만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과목별 선호도"가 생겨서 암기과목 공부를 힘들어하고 되도록이면 뒤로 미룬다. 이것은 아이가 사춘기의 과정을 지나면서 생긴 "과목별 선호도"인 것이다.



아이는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 암기과목 시험공부를 힘들어했고 나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가면서 공부를 도와주었다.


나는 하고 싶지 않은 과목의 공부를 할 때 되도록이면 그 과목에 마음을 주라고 말을 했다. 의도적으로 "나는 이 과목이 좋다"라고 최면을 걸으라고 말을 하니 아이는 엄마의 말이 어처구니가 없어 보였는지 웃음을 보였다.


그 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가면서 노력을 했고 암기과목에서도 A를 받았다.



이제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두 번의 시험이 아이에게 남아있다. 이미 중간고사 시험 범위가 발표되었고 추석이 지나고 바로 시험을 본다.


그리고 이렇게 고등학교 입시에 참고가 되는 서류를 집에 가져왔다. 아마도 담임선생님과 상담할 때 사용하게 되는 서류일 거라고 미루어 짐작을 해본다. 나는 아이의 고등학교 입시가 바로 코앞에 닥쳐있는 것 같다.


분명 나도 학창 시절에 고등학교 입시를 치렀는데 내 아이의 고등학교 입시는 마음이 떨리고 글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이상한 마음이 든다. 아마도 이 세상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가지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을 해 본다.



아직 대학교 입시도 아닌 고등학교 입시지만 내 아이에게는 인생의 첫 번째 관문인 것이다.



앞으로 아이의 삶에서 수많은 관문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내 아이가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그리고 그 과정을 행복하게


지나가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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