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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ug 30. 2021

어느 초가을의 문턱에서

어제 늦게 잠든 나는 아침에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 아이는 먼저 일어나서 본인이 좋아하는 과학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었다. 그 책에는 내용과 내용에 관련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아이는 에세이로 노트에 쓰면서 공부를 한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이 읽은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를 위한 홍차 사바티

늦게 일어난 나는 아이에게 코타키나발루에서 사 온 홍차인 "사바티"를 우려내어 주었다. 아이가 사바티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 아빠가 이른 시간에 출근하면서 구워놓은 빵과 쿠키를 조금 먹고 아이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중간고사 시험이 발표가 되어서 지금 한 달 정도의 시험 기간이 남아있지만 나는 아이가 영어공부를 따로 하는 것을 그대로 둔다. 지금 당장의 중학교 시험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고등학교 때 시험 보게 될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살아가면서 필요한 영어실력은 끊이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돌이 되기 전부터 영어와 한국어의 이중언어에 노출이 되었다. 집에서 나는 영어로 아이와 대화를 하고 아이에게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아이가 영어학원을 다닐 때도 영어로 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수업을 받는 곳에 다녔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중학생인 지금까지 영어로 된 책을 종류별로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관해서 영어로 된 원서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의 경계가 없는 아이가 나는 가끔 부럽다.



아이는 읽던 책을 마저 읽고 나는 브런치 상차림을 준비하였다. 신랑이 구워놓은 바게트가 있어서 과일 조금과 바게트를 먹기로 했다. 아이는 이른 아침에 빵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늦잠을 잔 엄마를 위해 기꺼이 바게트로 차린 브런치가 좋다고 말을 하였다.


아이가 내가 준비하는 브런치 상차림을 도와주었다. 신랑이 출근하고 없는 일요일이어서 왠지 마음이 허전하지만 신랑이 마음을 담아서 구워놓은 바게트를 아이와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나와 아이의 마음이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


밤새 발효시킨 반죽으로 구워낸 바게트

신랑은 어젯밤에 잠을 자기 전에 바게트 반죽을 미리 해 놓고 밤새 발효를 시켰다. 그리고 신랑은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븐에 빵을 구웠다. 나와 아이가 갓 구운 빵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신랑의 마음이 담긴 바게트이다. 토요일 하루만 쉬고 일요일에 출근하는 신랑이 나와 아이가 자신의 부재를 느끼지 않도록 마음을 쓴 신랑의 선물이다.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왠지 기분 좋은 날이다.


아이와 나를 위한 브런치

아이와 나는 시드니를 여행할때 록스마켓에서 구입한 CD를 틀어놓고 브런치를 즐겼다. 아이의 수다는 끊이지 않고 조잘조잘 계속되었다. 나와 아이의 웃음소리가 창밖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CD를 틀어놓은 멜로디에 조율이 되어 거실 안을 가득 채웠다.


오늘은 여름의 느낌보다는 불어오는 바람에서 가을의 느낌이 더 나는 날이다.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결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어쩌면 내 마음이 먼저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를 마친 아이는 중간고사 공부를, 나는 내 공부를 시작하였다. 아이는 본인이 계획 세운대로 공부를 하다가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과목에는 요청을 하였다. 거실 중앙에 식탁과 책상을 이어 붙여 놓고 내가 식탁을, 아이가 책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아이의 도움 요청을 재빨리 수락할 수 있다. 아이는 중간고사 보는 과목을 차례대로 공부를 하였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그리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가족이 온전히 함께하지 못했지만


각자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충만한 행복을 느낀


어느 초가을의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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