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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Feb 08. 2022

지금 이 순간을 더없이 소중하게

© Julia Sakelliphotography, 출처 pexels

나는 주방 일을 마치고 난 저녁에 큰 스테인리스 냄비에 정수한 물을 붓고 차를 끓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결명자와 보리 그리고 작두콩과 우엉차를 내 마음대로 섞어서 끓는 물에 넣어서 우려낸다. 아이가 조금 진한 맛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 차 종류를 넣은 다음에 10분 정도 물을 더 팔팔 끓여서 불을 꺼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아이가 따라서 마시기 쉽도록 스테인리스로 된 작은 주전자에 담아 놓는다. 아이는 요즘 종일 이 차를 마시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커피 마시는 것을 줄여야 하는 나도 아이와 함께 마시고 있다.



3월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아이는 평일에는 나와 함께 고등학교 과목을 선행하고 있고 주말에는 아빠와 수학과 물리를 공부하고 있다. 아이는 영어 과목을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고 있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아서 걱정이 된 나는 아이에게 고등학교 3학년 9월 영어 모의고사를 풀어보도록 했는데 문제를 틀리지 않고 전부 맞아서 마음을 놓게 되었다. 얼마 전에 ebs 수능특강 교재를 구입해 주었더니 아이는 열심히 그 한 권을 전부 풀었고 강의도 6강만 들으면 그 책에 대한 공부는 완료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영어와 수학 그리고 과학은 평소에 아이가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 주말에 아빠에게 아이는 수학과 물리 중에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지극히 이과형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였다. 나와 함께 아이는 집에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되도록이면 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나는 아이에게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어 주었다. 초등학교 때 아이는 스스로 영어로 된 책을 읽었고 영어 단어도 열심히 외우고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의 레벨에 맞추어서 공부를 하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원어민 교사로부터 에세이 수업을 받아서 아이는 영어로 책을 읽고 어떤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토론하는 것을 겁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코로나로 인해서 학원을 다니지 못하고 있어서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과학을 영어 원서로 읽고 공부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한국 입시에 맞추어서 영어를 아이에게 가르치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부터 3학년 모의고사까지 차례대로 아이에게 풀게 해 보면서 그 걱정을 덜어내었다.  아이는 학년별로 모의고사 영어를 풀었고 그때마다 틀리는 것 없이 전부 맞았다. 국어와 영어 모두 책을 많이 읽어야 잘할 수 있는 과목이라는 것을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결명자, 보리, 작두콩과 우엉이 들어간 차를 끓여 놓으면 아이는 종일 이 차를 마시면서 본인이 세워놓은 계획표대로 공부를 진행하다가 나와는 국어와 통합사회 그리고 역사 과목을 공부를 한다. 지극히 이과형인 아이는 수학과 과학은 즐겁게 알아서 공부를 하지만 국어와 통합사회 그리고 역사는 힘겨워한다. 지금은 아이가 영어로 과학 공부를 하고 있어서 나는 자유 시간을 즐기고 있고 아이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제저녁에 아이가 국어 공부를 나와 함께 할 때 조금은 힘들어했었다. 아이에게 어제의 표정과 오늘의 표정이 다르다고 말을 해주니 아이도 멋쩍은지 소리 내어 웃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는 아이를 위해 나는 국어와 통합사회 그리고 역사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아무래도 아이는 항상 나와 문과계열 과목을 공부를 했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아이 혼자 공부하게 되는 그 시간을 미리 준비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문과계열 과목을 한 학기 정도 선행하고 있다.


결명자차, 보리차, 작두콩차, 우엉차를 함께 넣고 끓이는 모양                                          

작두콩 차는 비염에 좋고 결명자차는 눈에 좋고 우엉차는 면역력에 좋다고 한다. 보리차는 구수한 맛을 위해서 넣었다. 위에 나열한 모든 것을 함께 넣어서 끓이면 결명자차가 맛이 진해서인지 거의 결명자차 맛이 난다. 살짝 구수한 맛은 보리차인 듯하다.


오늘도 나는 주방 일을 말끔히 끝내고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를 넣고 차를 끓여 놓았다. 아이는 내일 이른 시간에 일어나 아이 아빠가 구워놓은 빵을 데워 먹고 차를 마시면서 공부를 할 것이다.


신랑이 직접 구워놓은 빵

거실 중앙에 식탁과 책상을 이어 붙여놓고 나와 아이는 각각 식탁과 책상을 차지하고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다.

아이의 책장 넘기는 소리와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나의 워드 치는 소리와 조용히 어우러지고 있다. 스테인리스 냄비에 끓여놓은 차는 거실에 온기를 더해준다. 따스한 온기는 마음까지도 채워주는 듯하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함께하는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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