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중학교 2학년때부터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는 내 아이는 곧 기숙사에 입소할 예정이어서 나와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의 진도를 열심히 선행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영어에 노출이 되어 꾸준히 영어로 된 책을 읽어온 아이는 수능 영어를 풀려보았을 때 1등급이 나와서 마음을 놓게 되었고 워낙 이과형 아이여서 수학과 과학도 아이가 열심히 선행을 하고 있어서 괜찮지만 국어와 통합사회 그리고 한국사는 내 아이에게 아주 어려운 과목이다.
부스터샷의 부작용인지 두통과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아이의 문과계열 과목을 도와주려면 평소보다 더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과형인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해서 나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고등학교 1학년 한국사의 어마어마한 범위에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한국사 자습서를 펼쳐놓고 목록을 읽어보니 중학교 때 1년 동안 배웠던 고대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가 고등학교에서는 중간고사 범위로 보였다. 한 학기의 한국사 범위를 나가려면 많이 바쁜데 한국사를 가장 힘들어하는 아이는 계속 엉뚱한 이야기로 나를 웃게 하였다.
국어와 통합사회는 한 학기 범위를 나갔지만 그러한 아이의 행동으로 한국사는 정말 중간고사 범위까지만 진도를 나가게 되었다. 그 이후의 진도는 아이가 주말에 집에 올 때마다 함께 공부하기로 미루어 두었다.
아이의 한국사 자습서로 나와 아이는 함께 공부를 하고 ebs 수업을 들었다. 나와 먼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아이의 머릿속에 큰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서 나오는 세부 이야기를 아이가 자세히 이해를 해야 ebs 선생님의 강의 내용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고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 대답도 재빨리 하면서 다시 한번 외울 수 있기 때문에 나와 한번 공부를 하고 난 후에 강의를 듣는 것을 나는 아이에게 권한다.
아이는 강의를 듣고 ebs에 수록된 교재에 문제를 풀고 나와 함께 정답 풀이를 한다. 아이가 그 문제를 맞았어도 보기에 예를 든 항목들이 각각 어느 시대에 언제 일어난 일인지를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아이가 복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는 아이에게 맞은 문제든 틀린 문제든 전부 확인하도록 습관을 들이고 있다.
아이가 틀린 문제가 주관식이었는데 나는 아이가 답을 해놓은 것을 보고 정말 큰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함경래의 난>이라고 적어놓았다. 답은 물론 <홍경래의 난>이다. 아이는 답을 채점하면서 아쉬워했다. 나는 분명하게 틀린 답을 아쉬워하면 되냐면서 그리고 중학교 때 한국사 시험에 나왔었고 그때는 맞았으면서 왜 지금은 틀렸냐고 아이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이는 중학교 때는 객관식이었고 지금은 주관식이어서 어려웠다고 말을 하면서 본인은 아주 심각하게 김 씨와 함 씨 중에서 골랐다고 한다. 그래도 홍 씨와 가장 가까운 함 씨를 쓴 자기의 기억력에 본인은 칭찬을 한다고 말을 해서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
그러면서 나는 아이를 간지럽히면서 "00야 제발 왕들의 나라와 나라들의 왕을 바꾸지 말고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들의 주인공의 이름을 바꾸지 말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나와 아이는 큰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느라 결국 아이의 한 학기 한국사 범위까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현재 중간고사까지만 진도를 가까스로 마쳤다.
하지만 3월 말에 치르게 되는 모의고사에서 한국사는 전범위에서 나오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나와 아이는 중학교 2, 3학년 때 공부했던 자습서를 펼쳐놓고 큰 이야기를 위주로 흐름을 보고 있다. 다행히 모의고사에서 한국사는 객관식이기에 나는 아이의 운과 찍는 실력을 믿어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