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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Apr 24. 2022

스마트폰이 없는 고등학생

© Ali Pazaniphotography, 출처 pexels

토요일 늦은 저녁 시간에 아이와 통화하는 시간이 나와 신랑에게는 일주일 중에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는 아이가 원하는 고등학교로 진학 후에 집을 떠나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와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나는 아이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을 나 혼자서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가끔 해외 출장을 다녀오던 신랑은 아이와 떨어져서 보낸 시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많이 보고 싶다며 말을 한다. 나와 신랑은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추억 이야기로 우리의 지금 시간을 채우고 있다.



아이는 학교생활이 많이 바쁘고 즐겁다고 이야기를 한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수업 시간에도 질문이 많은데 선생님들께서 재미있게 설명도 해주시고 특히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의 지적 호기심이 충분히 채워지는 환경이 아이에게는 많이도 즐거운 듯 보였다. 아이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으면서 나와 신랑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이 잘 지내고 있음을 아빠와 엄마에게 전달하였다.



아이는 중학교 때까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아빠, 엄마와 함께 공부를 하였다. 신랑은 수학과 물리 공부를 도와주고 나는 그 이외의 과목들의 공부를 도와주었다. 지금은 중간고사 기간이고 아이는 시험 대비를 혼자서 하고 있다. 집에서 엄마, 아빠와 공부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는지 중간고사 준비를 아이는 몸에 익힌 학습 방법대로 잘하고 있다. 아이가 중학교 때까지 나는 시험 기간에도 잠을 충분히 자도록 아무리 늦어도 밤 12시 이전에는 아이를 반드시 재웠는데 고등학생인 아이는 연장 면학을 신청해서 학교 독서실에서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 지정좌석제인 아이의 학교 독서실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고 기숙사로 돌아간다고 한다. 중학교 때 코로나로 인해서 학원을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했던 아이는 친구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잠자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 아이가 걱정되어 나는 아이의 컨디션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였고 아이는 웃으면서 정말 건강하다고 강조하였다. 집에 있을 때보다 늦게 잠을 자고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 운동도 해야 하는 아이가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아침 시간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해야 하는 생활이 아이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서 나는 안도하였다. 봄, 가을에는 항상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아이가 코로 숨도 잘 쉬고 기침도 안 난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고등학생인 아이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용해 많이 낡아서 자판이 고장 난 2G 폴더폰을 사용한다.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고 그 강의실로 이동해서 수업을 받아서 아이는 개인 사물함에서 책을 바꿔서 강의실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바쁘다고 한다. 수업을 마치면 저녁 식사하기 전에 조별로 모여서 과제를 완성하느라 집에 전화할 시간이 잘 나지 않고 석식 후에는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면학을 마치면 기숙사로 이동해서 개인정비를 마치고 잠을 자야 된다. 카톡을 사용하면 시간이 날 때 확인하고 잠깐이라도 안부 글을 남겨줄 수 있을 텐데 아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스마트폰을 사주려는 나와 신랑에게 단호하게 필요 없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동안 2G 폴더폰을 사용했던 아이는 가끔씩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 Min Anphotography, 출처 pexels

중학교 때까지 2G 폴더폰을 사용하게 한 이유는 아이에게 온라인 세계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책을 읽을 시간과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시기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도 아이는 가끔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세계가 더 재미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그 이후로는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찾아서 많이 읽었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자유 시간에 창작활동을 하면서 즐거워하였다. 하지만 아이와 카톡으로 대화하고 싶은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로 인해서 아쉬움이 크다.



학교에 적응하는 두 달 동안은 주말 외출이 되지 않아서 아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학교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집으로 짧은 휴가를 보내준다. 5월에 아이를 만나면 정말 많이 반가울 것 같다. 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아이의 공부를 도와줄 수 없는 나와 신랑은 처음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아이는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어쩌면 새둥지에서 아기 새가 날갯짓을 하면서 나는 연습을 하듯이 아이도 독립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밝은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와 신랑은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부모에게 항상 큰 선물이 되는 것 같다


매일 함께하지 못해도


전화기 너머에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행복한 선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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