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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Feb 28. 2021

스마트폰이 없는 중학생

책과 친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내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인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껏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2G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 아이가 사용하고 있는 폴더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구입한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오랜 고민 끝에 폴더폰을 구입해서 아이에게 주었다. 내가 집에서 회사일을 하고 있어서 밖에 있는 아이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불안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었을 때 주변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아이는 그 스마트폰을 정말 가지고 싶어 했다. 아이의 눈에 게임이 자유자재로 되고 음악도 되는 그 핸드폰이 정말 신기하고 좋아 보였나 보다.
아이는 나와 아이 아빠에게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다고 틈날 때마다 조르곤 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의논을 했다. 우선 아이와 연락을 주고받는 데는 폴더폰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이웃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고 후회하는 집들이 꽤 되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고 스마트폰만 종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고 걱정이 된다며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나와 신랑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일단락을 지었다.



그 후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쯤 되었을 때 반에서 폴더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우리 아이 한 명이었다. 한 반에서 폴더폰을 사용하는 아이가 우리 아이 단 한 명이라는 것에 나는 놀랐고 다시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아이가 사춘기를 시작하게 될 텐데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당하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소풍 때는 정말 스마트폰 없이 아이를 보내는 것이 힘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사진도 찍고 소풍 갈 때 버스 안에서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는데 그렇게 못하는 내 아이를 상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신랑에게 이제 그만 스마트폰을 사주자고 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다르다고 나는 신랑에게 말했다. 지금 아이들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고 그런 아이에게 구석기시대의 사람처럼 살게 할 수는 없다고 나는 신랑을 설득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해야 어떤 것이든 해줄 수 있다는 합의가 있다. 내가 반대하면 아이에게 못해주고 또 신랑이 반대하면 아이에게 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내가 그를 설득하기로 마음먹고 또 이론을 펼쳤다.

이젠 어느 정도 아이가 커서 공부시간과 책 읽는 시간, 노는 시간을 잘 구분하니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줘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그에게 말했다. 신랑은 고민하더니 가장 지금 큰 문제가 뭐냐고 나한테 다시 한번 확인 물음을 했고
나는 아이가 소풍을 가야 하는데 사진을 예쁘게 촬영할 수가 없으며 소풍 갈 때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사용하기 좋은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를 사 왔다.





그리고 아이 아빠는 아이에게 왜 스마트폰을 아직 사용하면 안 되는지와 그 스마트폰이 공부에 어떻게 방해되는지를 잘 설득했다. 아이는 아빠와 한참 이야기하더니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다행히 아이 친구들도 스마트폰이 없다고 놀리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서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안 사주고는 못 버틸 것 같았다. 아이는 이제 사춘기에 들어와 있어서 아이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도 아빠가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를 사주면서 달랬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은 그거 하나만 들고 다니면 되는데 자기는 너무 짐이 많다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투덜거림이 나는 마음에 걸렸는데 신랑은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마침 나는 그때 노트북을 사야 해서 노트북을 사면 공기계를 덤으로 주는 상품을 구매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 공기계에 번호를 넣어주지 말고 태블릿 PC처럼 사용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 아빠와 아이도 그것에 동의를 했다. 단, 학교에는 가지고 갈 수 없고 집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너무 기뻐했다. 집에서 정해진 시간에 공기계로 게임도 하고 메모도 써넣었다. 원래 집에서 태블릿 PC로 하던걸 본인 공기계로 옮겨간 셈이다.

하지만 소풍 갈 때는 집에서 미리 그 공기계에 게임이며 음악을 다운로드해 들고 가서 사진도 찍고 잘 사용하고 왔다. 아이는 너무 기뻐했고 아이의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기뻤다.


그리고 지금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지금까지 반에서 스마트폰 없이 2G 폴더폰을 사용하는 아이는 우리 아이뿐이다. 아이반 친구들이 그런 것으로 놀린 적은 여태 한 번도 없었다. 아이 말로는 친구들이 엄청 신기해했다고 한다. 마치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유물을 보듯이 말이다.


아이는 이젠 스마트폰 없이 사는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원래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내가 아빠를 설득해서 고등학교 때 사준다고 했더니 아이는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으니 대학 갈 때 사달라고 내게 말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지금 시대에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고 키우기는 쉽지가 않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몇 시간씩 게임을 하거나 또는 게임중독이 되거나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책과 친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아무래도 게임이 더 재미있으니 스마트폰을 손에 가지게 되면 책과 멀어지게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입시가 덜한 초등학교 시절에 또 중학교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게 해서 아이의 마음의 양식을 가득 채워주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과 친한 아이는 어른이 돼서 혼자 힘으로 사회에서 살아갈 때에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또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할 때 그 분야에 관한 책을 우선 사서 보고 공부를 하게 된다. 본인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그것을 가지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고 2G 폴더폰을 사용하게 하고 있다.



중학생인 아이는 공부를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을 선택해서 보게 하는 환경과 늘 책을 읽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자라나서인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한 달에 한번 나는 내 용돈에서 책을 구입한다. 내가 인터넷으로 책을 고르고 있으면 아이는 본인이 읽고 싶었던 책의 목록을 컴퓨터 옆에 살포시 두고 간다. 나는 그런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내 용돈에서 기꺼이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사주고 있다.


스마트 폰을 사달라는 아이의 불평이 있을 때마다 우리 부부는 아이와 토론을 했다. 아이의 이야기도 듣고 또 우리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서로 조율을 해갔다. 아이는 스마트폰이 필요한 이유를 매번 생각해서 조목조목 이야기했고 아이 아빠는 그 불편함을 다른 것으로 해결해 주곤 했다. 그래도 아이가 다시 불평을 하면 가족이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아이는 충분히 자기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다고 자신했고 우리 부부는 그렇지 않은 예들을 들어가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또 창의력이 높아지려면 되도록이면 스마트폰과 멀어져야 한다는 다큐멘터리도 아이와 함께 보았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그들의 자녀를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주의 학교로 보내고 집에서도 하루에 15분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이야기였다.


요새는 아이가 스마트폰에 대해 전혀 이야기가 없어서 나는 아이가 스마트폰에 대해서 포기한 건가 해서 한번 물어봤더니 아이는 이제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이는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폴더폰이 단종되었다고 귀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의 교육에 관한 것은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각각의 가정의 부모 교육관에 따라서 아이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다. 우리 집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책과 더 친하게 지내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내면 좋겠다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에는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서 주말마다 예술 관련 공연을 보거나 과학관을 다녀오곤 했다. 그리고 평상시 생활에서 아낀 돈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의 시선을 넓혀 주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또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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