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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Dec 02. 2020

병원 다녀오는 길

행복을 찾아 떠나는 지구별 여행

내일 수능시험이라고 중학생인 아이는 일찍 하교를 했다.
중학교 선생님들께서 수능 감독관으로 다고 한다.

일찍 온 아이와 알레르기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저번 주에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그 확진자의 동선에 병원이 포함되어서 나와 아이는 헛걸음을 한번 한 적이 있다. 오늘은 방역을 다 마친 병원이 문을 열었고 나와 아이는 알레르기약이 없으면 안 되어서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받았다. 그리고 요즘 한참 고기를 찾는 아이를 위해 호주산 소불고기 한 근을 사서 기분 좋게 집으로 걸어왔다.
바람은 매우 차가웠지만 햇살이 있어서 걸을만했다. 늦가을 초겨울이지만 아직도 하늘은 파랗게 예뻤다.
아이와 산책하듯이 기분 좋게 이야기하면서 걸어왔다.
아이와 나는 그림자를 좋아해서 그림자 사진을 잘 찍는데 오늘도 둘이 재미나게 사진을 찍으면서 깔깔거리고 웃었다.



나와 아이의 그림자 사진 / 하늘 사진


아이가 클수록 나에게는 친구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 조잘거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나에게 바깥세상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준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 줄 때도 있고 어떻게 고치면 좋겠다고 말해 줄 때도 있다.
내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내 아이인 것이다!
자꾸 내 글을 읽어달라고 말하는 나는 요즘 아이의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방해하는 엄마이다.



아이가 어릴 땐 "언제 크나 빨리 크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자꾸 커가는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중학교 2학년인 아이는 특목고를 지원하고 싶어 하고 담임선생님의 상담전화를 받았을 때도 선생님께서 아이가 특목고에 가도 충분히 잘 해낼 거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나는 아이를 기숙사에 보내기 싫어서 일반고를 권유하고 있다. 아직 1년이 남았지만 지금까지 아이 성적이 좋았고 내년에도 이변이 없는 한 그럴 것 같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고등학생일 때는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집에서 편하게 잠을 자게 해 주고 싶고 내가 요리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따뜻한 집 밥을 먹이고 싶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나랑 놀아줄 사람이 아이인데 아이가 기숙사로 가버리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했더니 아이는 특목고로 가서 공부 좀 해보겠다는데 엄마랑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 집에 있으라는 게 말이 되냐면서 거품 물고 뒤로 쓰러진 적이 있다.



나의 남편은 퇴근시간이 새벽 1시쯤 되어서 종일 나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지금부터 걱정이다.
사용 안 한 지 오래돼서 대부분 잊어버린 독일어와 스페인어를 다시 공부해 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
아이는 크면 부모의 품을 떠나 자기의 길로 가야만 한다.
그 시간을 나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아서 약국에서 타 온 약이 한가득이다.
기관지 알레르기가 심한 나는 벤토린 에보할러가 꼭 있어야 한다. 한밤중에 기침이 심하면서 숨이 안 쉬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꼭 목 안에 벤토린 에보할러를 뿌려주어야 기관지가 확장되어서 숨을 쉴 수가 있다.
젊을 때는 지금처럼 심했던 것 같지는 않은데 이 증상도 나이 드니까 자꾸 더 심해진다.
다른 약들은 복용하는 약인데 기침과 알레르기를 완화시켜주는 약이다. 알레르기 증세로 코막힘도 있어서 그것에 관한 약도 포함이다. 약만 29000원어치를 받아왔다. 병원비가 많이 드는 우리 집은 가계부에 병원비를 생활비로 넣지 않고 의료비로 구분해서 따로 기입한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돈이고 또 아낄 수도 없어서이다.



일반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나는 생활이 불편하다. 아이도 알레르기가 있지만 다행히 나만큼 심하지 않아서 부지런히 건강하게 살도록 영양제도 어릴 때부터 먹이고 음식도 신경 쓰고 잠도 충분히 재운다.



아이가 가끔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 불편하고 하고 싶은 것 키우고 싶은 동물도 못 키운다고 투덜댄 적이 있다.
난 아이의 불평을 한참 들어주었다.
아이의 불평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때 나는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는 것은 정말 불편한 거라고 일단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으면 항상 조심을 하게 돼 그래서 병원도 자주 가고 먹는 것도 가려서 먹고
다른 일을 할 때도 스스로 건강을 먼저 챙기게 되지 그러면 일반 사람들보다도 어쩌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해 주었다.



나에게 없는 것을 탓하는 것보다는 병원의 힘을 빌려서 그래도 내게 주어진 하루를 충분히 잘 살아낸다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골골해 보여도 작게 주어지는 건강함에 감사하면서 그 시간을 아껴서 잘 사용한다면
더 행복한 삶이고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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