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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an 13. 2021

눈 내리는 날 추억 여행

그대에게 추억 여행을 권하며

눈이 많이 내리는 밖을 보면서 추억에 잠겨본다.
기억은 돈을 들이지 않고 과거로 여행을 하게 해 준다.


어릴 때 추억 하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 친구들과 놀던 기억이 났다. 그날따라 함박눈이 펑펑 내렸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장갑도 없이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다 같이 만들었다. 아이들 키의 절반 정도 되는 눈 뭉치 두 개를 만들어서 눈 뭉치를 위에 올릴 때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올렸다. 집집마다 그 눈사람을 대문을 통과해서 마당 안에 두었던 기억이 난다. 한 집도 안 빼놓고 눈사람을 넣어 놓았다. 추운지도 모르고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었던 어린 시절이 꿈처럼 느껴진다.



대학 다닐 때 추억 하나는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길에서 모르는 남자에게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받았다.
그때는 90년대라 특별한 놀이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어떤 벌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화번호를 물어보던 그에게 집에 전화가 없다고 대답하고 꽃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그가 멋쩍게 가버려서 꽃을 들고 올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 있을 때는 눈이 너무 많이 왔다. 허리까지 오는 압도적인 눈의 위엄에 나는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가 있던 기숙사 건물에 현관문이 눈 때문에 안 열릴 때도 있었다. 기숙사 관리해 주는 분이 밖에서부터 길을 만들면서 현관문까지 들어와야 겨우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었다. 만들어 준 길은 자연스럽게 눈으로 된 벽이 양옆으로 있어서 그 길을 걸으면 내가 눈으로 만들어진 미로를 걸어서 나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도 눈 오는 날 길에서 모르는 남자에게 꽃을 받은 적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때는 놀 거리가 별로 없었나 보다.



그리고 지금의 신랑과 연애하던 시절은 눈이 올 때 그것도 첫눈이 올 때는 반드시 만나야만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날것처럼 우리는 첫눈이 내리는 날은 반드시 만났다. 내가 회사원이었고 그는 대학원생이었는데 나는 조퇴를 했고 학생인 그가 내가 다니던 회사 앞으로 무조건 달려와야 했었다. 눈이 내리는 시간이 밤이면 그가 우리 집 앞으로 와야 했던 기억이 나서 지금 나는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도 연애하는 모든 사람들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있을 때 눈 오는 날은.... 반드시 아이와 함께 놀이터로 나가서 아이가 만족할 때까지 놀다가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밖은 매섭게 춥지만 아이는 노는데 정신이 없어서 눈을 가지고 하염없이 놀았고 나는 너무 춥지만 노는 아이를 위해 옆에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 눈이 내리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했던 그 아이는 지금 중학생이 되었고 첫눈이 올 때 내가 밖에 같이 나가서 구경하자고 말을 하니 아이는 너무 추운데 왜 밖을 나가냐며 거실에서 편하게 눈 내리는 것을 보자고 말을 했다.



눈이 밖에 내리고 있고 나는 추억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눈이 내리는 건 동일한데 내가 나이를 하나씩 들어가면서

그 눈을 맞이하는 순간순간이 달랐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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