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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an 28. 2021

아이와 차 마시는 시간

서로 마음의 안부를 물어보기

삶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적용하고 간소한 삶을 추구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도 여러 번 고민해서 결정했고 간소한 삶은 "최소한의 소비" 로 이어졌다. 쇼핑을 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고 돈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집안 살림의 단순화는 나의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고 나는 집안일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움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의 공부를 봐줄 수 있는 시간,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아이와 차를 마시는 시간을 일상에서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중학생인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나와 종종 차를 함께 마셨다. 나는 거실 중앙에 식탁을 두었다. 왜냐하면 두 벽이 전면 유리로 되어있는 우리 집 거실은 밖의 자연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식탁 의자에 앉아 홈카페 분위기를 내면서 감상하기 좋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골라 틀고 나는 식탁 위에 투명한 티포트에 차를 우려내면서 아이가 골라서 틀어놓은 음악을 감상한다. 아이도 나와 마주 보고 앉아서 차가 다 우려 지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고 공기 중에 퍼지는 음악의 멜로디와 향긋한 차향이 어우러져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  allybally4bphotography, 출처 pixabay




어느 정도 차가 우려 지면 나는 예쁜 잔에 차를 담아 아이에게 준다. 아이는 마치 어른이 된 것처럼 기분이 들어 좋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뜨거운 차를 잘 못 마시는 아이는 차가 빨리 식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고 입을 동그랗게 모아 연신 "후후" 불어댄다.




©  congerdesignphotography, 출처 pixabay




나는 차를 마시면서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아이는 내가 집에서 보낸 시간이 어떠했는지 궁금해해서 내가 아이에게 말을 해 준다.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었던 그 시간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와 나는 행복한 감정을 주고받는다.



물론 그냥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나는 아이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하나의 의식처럼 챙긴다. 차는 나와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차 종류를 집에 두고 아이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마시고 싶다고 하는 차를 고르게 해서 차를 우려내어 준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나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일상의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중학생인 아이는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나와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서로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마음이 어떠한지를 살펴주어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마음을 공유하고 이어진 것 같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하게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차를 마시기 위해 테이블 세팅을 하고 그날의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음악을 골라 틀며 차가 우려 지는 동안 아이와 나는 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였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마음의 안부를 챙겨준 것이다.



그런 하나하나의 순간들이 쌓여서 나와 아이는 마음을 공유하게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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