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타르트 하나로 무너진 세상

by 주원


아침 7시 알람이 울린다. 둘째는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나는 첫째 방으로 가서 불을 켜준 다음 막내방으로 간다. 막내를 깨워준다는 핑계로 두 번째 잠자리에 든다. 이상하게 막내는 아무리 자라도 말랑거린다. 그 나이 때 언니들보다 키도 훨씬 큰데 여전히 부드럽다. 막내용 뼈는 다른가보다.


막내를 품에 안고 대략 십여분을 더 자는데 이 잠이 정말 꿀맛이다. 밤새 막내가 데워놓은 이불속이 어찌나 아늑한지 입에서 만족한 숨이 절로 나온다. 이 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비몽사몽 아무런 저항이 없는 틈을 타 감히 뽀뽀도 해본다.


몇 분 지나면 막내 스마트 워치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막내에게 이제 진짜 일어나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온다.


쌍둥이는 굶기면 큰일 난다. 끙차 힘을 내어 주방으로 갔다. 내가 냄비를 꺼내 물을 올리는 모습을 힐끗 보는 둥이의 눈빛에서 안도를 느낀다. 아침을 준비하니 7시 30분이 지났다. 막내는 아직 미동이 없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둥이가 떡국을 먹는 동안 시계를 다시 본다. 7시 40분. 조심스럽게 막내를 불러보았다. 방에서 짜증 섞인 신음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그분이 오셨다.


막내는 불같은 성미라 한번 화가 나면 3~4시간 악을 쓰며 우는데, 다행히 나이가 들수록 횟수가 줄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다만 그런 행동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패턴을 파악하게 되었다. 짜증이 길어지다가 주변에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서 극대노의 과정으로 옮아가는데,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 이때는 내가 아무리 프로 주부라도 소용이 없다. 대신 아직 짜증 단계면 수습이 가능하다. 승률은 7할, 나는 공깃돌 다루듯이 막내를 다루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저러면 안 되는 날이다.


'이걸 받아주면 안 되는데 어쩌지?' 고민하는 동안에 아이의 짜증이 실시간 증폭되었다.


침대에서 몸부림을 치는데 뱃전에 올려진 상어처럼 펄떡대었다. 마르고 조그만 몸에서 육중한 힘이 느껴졌다. (하드타입 매트리스 사주기를 참 잘했다. )


어제 마트에 갔을 때 말랑카우 한 봉을 계산대에 올리며 엄마 말 잘 듣고 절대로 짜증 안 내겠다며 온갖 여우짓을 하던 녀석이 아닌가. 참나 믿을 놈 하나 없는 게 인생사라지만 당할 때마다 뒤통수가 얼얼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너 어제 엄마랑 약속한 것 있지 않니? 떼 안 부리겠다며 간식까지 챙겨놓고 이런 식은 곤란해. 엄마는 네 선택이 안타깝다." 내 말을 듣느라 잠시 잠잠했던 막내가 더 몸부림을 쳤다. 상어의 몸집이 그새 더 커진 것만 같았다.


이제 정말 망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막내가 몸을 일으켜 내게 다가오더니 체중을 실어 안겼다. 여전히 분노에 휩싸인 채였지만 안겼다는 건 이제 엄마가 풀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안도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아이를 달래주었다.


"막내야 너는 불같은 성미를 타고난 아이야. 감정의 파도가 너무 세어서 다른 사람보다 짜증을 다스리는 게 더 힘든 거야. 그런데 오늘 30분 만에 감정을 조절했네? 네가 정말 많이 성숙해진 걸 알겠다. 기특해. " 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막내는 기분이 다 풀렸는지 숟가락을 들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저 때문에 엄마 아침에 해야 할 일 놓치셨네요. 죄송해요."

"괜찮아. 지금부터 하면 돼. 얼른 준비하고 학교 가자."

"네."


아이의 준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가방을 메고 현관으로 나가던 막내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 사실은 안 좋은 꿈을 꿨어요."

"어떤 꿈?"

"꿈에서 아주 먹음직스러운 망고 타르트를 먹으려고 했어요. 한 조각을 잘라서 먹으려는 순간 알람이 울리는 거예요."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말을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못 들은 척하고 꾹 참고 다시 포크를 입에 가져가려고 했는데 계속 알람이 울렸어요."


그다음 이어진 아이의 말.


"엄마. 저는 결국 망고 타르트를 못 먹었어요. 앞으로 평생 그 망고 타르트 맛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워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다.


'하…'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망고 타르트, 네 이놈!


망고 타르트 하나에 무너지는 게 아직 내 아이의 세상이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