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끝나자마자 곧바로 빵을 사러 갔습니다. 낮에 산책하며 봐둔 빵집이 있었고, 체육관에서 누군가 한 귀퉁이 뜯어먹고 남겨둔 빵을 보았고, 운동하고 나니 배가 많이 고팠고, 모든 정보를 취합한 뇌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빵을 사라'
"어머나! 안녕하세요." 빵집에서 좀 전까지 같이 운동을 한팀원을 만났습니다. 그분도 체육관을 오가며 봐둔 빵집이었는데 빵을 사는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뇌에서 같은 지령을 받았구나 하며 신기해하고 있는데손님 한 분이 더빵집으로 들어오셨어요.
"무화과가 정말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네요.", "맞아요. 저도 그래서 무화과로 골랐어요.",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저는 단호박 깜빠뉴, 팀원은 무화과 깜빠뉴를 고르고 포장을 기다리며 다른 손님까지 셋이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나중에 온 손님도 무화과 깜빠뉴를 사고 싶으셨는데 마지막 남아있던 걸 팀원이 먼저 선택해서 살 수 없게 된 상황이더라고요. 안타깝지만 어째요.
"다른 걸 사셔서 저랑 반반 나누실래요? 그럼 저도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어 좋을 것 같은데" 팀원이 경쾌한 목소리로 제안했어요. "어머나, 그래도 될까요? 저도 이 빵집은 처음 오는데 무화과 깜빠뉴가 먹고 싶었거든요. 감사해요. " 손님은 토마토 깜빠뉴를 선택했고, 빵집 사장님은 두 개의 빵을 절반씩 나눠담아 주셨어요.
"사장님, 그리고 시나몬롤 하나랑 크로와상도 하나 같이 주세요. 여기 계산이요." 하며 팀원이 카드를 내미는데 옆에 계시던 손님이 "아니오. 이분 거까지 제가 다 계산할게요." 하시며 카드를 사장님께 건네셨어요. 팀원은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손님은 단호하게 오늘은 내가 쏜다며, 언니니까 사는 거라며 끝내 계산하셨어요. 빵집 사장님은 그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잠시 갈팡질팡 난처해하셨지요. 저는 그 옆에 서서 모든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답니다. 빵집 안에 모두가 해피해피해졌어요.
'세상은 아직 따수워'
팀원이 건넨 작은 선의가 불러온 나비효과 덕분에 옆에 있던 저도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저도 작은 선의를 선뜻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음 좋겠습니다. 오늘을 잘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참참, 팀원이 무화과, 토마토 깜빠뉴를 몇 조각씩 나눠준 덕분에 저도 단호박 맛까지 세 종류의 깜빠뉴를 맛볼 수 있게 됐답니다. 끝까지 해피엔딩. 팀원 옆에서 마음 쓰는 법을 잘 보고 배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