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클라이밍 원데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제 몸 하나 매달려 버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 색 손잡이를 잡고 끝까지 올라가는 문제를 풀려면 손을 뻗고 발을 옮겨야 하는데 매달려 있기만도 힘들고 겁이 나서 버티고만 있다가 힘이 빠져 중간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첫 번째는 클라이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두 번째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해낼 수 있을지 신체능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세 번째는 높이가 무섭고 떨어질까 두려워서 네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틀을 깨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해진 답이 없어 자유롭게, 발딛기만 해도 앞으로 딛는 거 말고도 벽을 짚거나 발목을 걸거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창의적인 상상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일찍이 클라이밍 신발을 벗어두고, 고수들이 연습하는 걸 구경했습니다. 허공에 한 손만 걸쳐두고 대롱대롱 매달렸다가 반동을 이용해 점프하며 위로 올라가는 가뿐한 몸놀림을 경탄하며 바라봤습니다. 몸을 컨트롤하는 능력도 대단하고, 저는 무엇보다 허공에서 몸을 날려 점프를 시도하는 그 대담함이 놀랍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시도, 용감함, 모험심이 발휘되는 순간이 저는 늘 신기하고 대단해 보입니다. 저는 겁쟁이거든요.
문제해결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 해내고 말겠다는 투지, 무모하더라도 뻗어보고 뛰어보며 도전하는 열정과 끈기, 스릴을 즐기는 성향, 코어 근력. 이 모든 게 미약한 저는 클라이밍과 친해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클라이밍 수업을 들으며 저랑은 더 가까워졌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선명해졌거든요. 이래서 뭐든 시도하고, 경험해 보라고 어른들이 그러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