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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Dec 06. 2024

여든 아홉

친구의 김치배달

친구가 어머니 심부름이라며 김장김치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딸 친구까지 챙겨주시는 어머님 참 감사하고, 퇴근하고 집에 들러 밥도 못 먹고 묵직한 김치 들고 버스 타고 저희 집까지 와준 친구도 고맙고. 갓 담근 김치의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둘러 왔다는 친구의 사려 깊음은 집안 내력인 듯합니다. 김치맛이 아주 생생 아삭 시원 매콤하고 감칠맛이 풍부한 것이 먹다 보니 금세 반포기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친구가 오기 전에 쾌적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집을 청소하고, 다람쥐 식량처럼 비축해 두었던 식재료를 다 꺼내 요리를 했습니다. 말린 생선을 찌고, 소스를 만들고. 브로콜리를 데치고, 콜라비를 썰고, 은행을 몇 알 넣 냄비밥도 안치고. 바삐 움직였는데 차려놓고 보니 테이블이 휑합니다. 그래도 친구가 밥을 두 그릇이나 먹으며 맛있다 해주었습니다. 친구 덕분에 오랜만에 밥다운 밥, 집밥을 해서 오손도손 같이 먹으니 밥맛도 좋고, 기분도 좋고, 음에 온기가 았습니다.


밥을 먹고 따뜻한 보리차와 귤을 나눠 먹으며 친구와 한참 다를 떨었습니다. 세상 소란에 심란했는데, 옆에 친구가 있으니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불안할 때일수록 사람들 곁으로 가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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