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 내려진 오늘, 칼바람만큼 매서운 글을 발견했습니다. 미적지근한 우유부단함이 너무나 활성화되어 요즘 스스로가 참 못 마땅했습니다. 내심 현재를 뒤엎어줄 자극, 사람, 사건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허송세월을 보내던 중에 제 속을 꿰뚫은 듯 단칼에 문제를 정리해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머무르는 것, 스스로 견디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만족이나 해답이 바깥에 있다는 착각을 이겨내라고. 모자라는 자신 안에서 사랑으로 인내하고 머무르라고. 그것이 정주라고.
그래, 나는 나를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사람들을 통틀어 제일 지긋지긋한 사람은 바로 나인 것이다.
p.118 책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한정원
8월을 일자별로 나아가며 에세이, 시, 사진으로 채워지는 책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정주>라는 글의 일부분입니다. 모자라는 자신을 인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부분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언제나 활기차고, 모든 일을 미루지 않고 척척해내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순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상상의 나를 본래 나라고 우기고 드니 그렇지 못한 나를 참을 수 없고, 꾸짖고, 못마땅해하는 거겠지요.
너그럽게, 설거지를 미루는 나를 참아주고, 방을 더 어지럽히지 않음에 만족하고,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라도 꾸준히 결심하는 나를 기특히 여기며 믿고 기다려 주면 훨씬 마음이 편해질텐데 말이에요.
저의 빈틈을 채워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밖에서 누군가 나타나 메워주리라 기대하며,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빈틈을 그 자체로 편안하게 바라보고 어여뻐라 해줄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이 또한 욕심이네요.
그냥 오늘의 저에게 다정해져 보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다, 참 기특하다, 따뜻하고 포근하게 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