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집안 곳곳을 청소 중입니다. 아침 수영을 다녀오자마자 시작했으니 13시간째, 짐을 이리저리 옮기고 방을 구석구석 쓸고 닦고 있습니다. 동선을 바꿔보려 책상, 침대 가구 위치를 바꿨습니다. 이불도 빨고, 욕실 선반, 싱크대 선반, 신발장 문으로 닫아 두었던 곳을 열어 안에 든 것들을 몽땅 꺼내고 안을 깨끗이 닦고,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골라 새로이 정리했습니다.
책장정리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버릴 책, 나눌 책, 중고서점에 팔만한 책을 나누고, 책장 사이에 꽂혀있는 공책, 수첩, 파일을 들춰보며 버릴 것을 골라냈습니다. 그 안에는 받은 편지, 보내지 못한 편지, 어느 한 때를 같이 보낸 이들이 써준 롤링페이퍼, 간절함으로 썼던 자기소개서 같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간들이 꽂혀있어 그때를 들춰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책과 종이만 두 박스를 버렸습니다.
저는 정리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오늘 전동드릴과 사다리를 빌려다 손수 블라인드를 설치했습니다. 내일은 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집에서 깨어나 듯 새로운 나날이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