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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마흔 하나

사라져버린 승객

by 주원

집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과 고속버스를 타고 길이 막히지 않아도 꼬박 6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입니다. 저녁 6시 반에 출발한 버스는 2시간쯤 달리다 휴게소에서 멈춰 섰습니다.

20:17
"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하겠습니다. 차 번호를 잘 확인하고 내리세요."

20:32
"아, 참.. 한분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 18명이 되어야 하는데 17명 밖에 없네요. 하, 참.."

20:45
"방송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안 오네요. 아이, 참.."

승객들이 한 마디씩 합니다.
-도착할 때 18명이었던 게 확실한가요?
-남겨둔 짐이 있나요? 짐이 없다면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다른 차를 타고 간 건 아닐까요?
-전화를 해볼 수는 없나요?

20: 52
출발

세 번째 방송 뒤 잠시 기다려봤지만 돌아오는 이는 없었습니다. 버스로 찾아온 휴게소 담당자에게 기사님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버스는 휴게소를 떠났습니다.



사라짐으로 존재감이 커다래진 그분은 어디로 가신 걸까요? 궁금함은 호기심으로, 호기심은 상상으로 뻗어가며 가상의 인물과 사연을 써내려 갑니다. 요즘 SF소설을 읽었던 영향인지 상상 속에는 외계인도 등장합니다.


저의 상상은 스펙터클하지만 어딘가에 계실 그분의 일상은 무사무탈하게 이어지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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