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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아홉

온순해진 겨울

by 주원

겨울이 가려나 봅니다. 집을 나섰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얼굴이 시리지 않았습니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냉동실처럼 차가웠던 바깥 기온이 오늘은 냉장실 온도보다 온순했습니다. 처음 몇 초간 어리둥절했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가방에 넣은 털장갑이 무색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계절이 끝나간다 생각하니 좀 서글펐습니다. 이번 겨울은 지각 추위를 만회하려는 듯 첫눈을 왕창 쏟아부으며 등장했었지요. 자비 없이 추웠던 날도 있었고, 햇볕이 눈에 반사되어 어느 계절보다 눈부시게 밝았던 날도 있었습니다. 보내려니 아쉽습니다.


겨울의 고요함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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