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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예순 일곱

식성과 일상

by 주원

시장, 마트, 슈퍼, 편의점 구경을 좋아합니다. 시장하고 마트는 철마다 달라지는 품목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동네 슈퍼는 대형마트에는 없는 작은 기업 과자, 불량식품 같은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고, 편의점은 달마다 달라지는 1+1, 2+1, 이런저런 할인행사와 유행에 민감한 신상품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걸 좋아하지만 제 장바구니에 담기는 품목은 일정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채소는 양상추, 브로콜리, 당근, 팽이버섯정도 요거트는 플레인, 과자는 초코칩쿠키를 포함해 서너 개 종류 안에서 정해집니다.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시장을 보면서 지난주와 패턴이 똑같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동선마저 비슷하게 양상추, 당근, 귤을 차례로 담았습니다. 먹는 게 곧 나라고도 하고, 장이 제2의 뇌라고들 하는데, 저는 비슷한 식재료만 먹어서 심심한 사람이 된 걸까요?


늘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는 친구를 떠올려보면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가도 매 끼니 사료만 먹고도 활력이 차고 넘쳐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강아지를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니다만 심심을 벗어나는 하나의 방편으로 맛의 범위를 넓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떡집에서 본 햇 쑥 버무리를 사볼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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