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마음
먼 길 떠나는 친구에게 긴 메일을 적어 보냈습니다. '떠나기 전에 한 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곧바로 하지 못하고 가장자리를 맴돌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짐도 챙겨야 할 테고, 은행과 관공서를 오가며 처리해야 하는 일도 있을 거고,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위해 미리 준비하며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을 거고, 긴 비행만으로도 진이 빠지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될 고군분투를 위해서는 체력도 비축해 둬야 할 테니 저까지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끝내 시간을 내달라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평안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글을 맺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에 쉽게 수긍하지만, 시간, 마음, 관계는 너무도 연약해서 지금이 아니면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종종 무언가를 계속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친구가 멀리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쓸쓸해지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