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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열 일곱

천혜향과 참외

by 주원

시장에 갔다가 큼직한 천혜향이랑 샛노란 참외를 샀습니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과일가게마다 가격, 크기, 개수, 신선도가 달라서 구매하기 전에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정보를 수집합니다. 실시간으로 평가를 업데이트하며 최종 후보군을 추립니다. 단번에 하나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후보군만 한번 더 확인합니다.


그렇게 해서 천혜향은 시장 초입 마트에서 참외는 시장 안 중간쯤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샀습니다.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쳤지만 고생스러움보다 가방 속 수확물이 가져다줄 상큼, 아삭 달콤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 괜찮았습니다.


당장 맛을 보지 않아도, 새로 사온 과일을 냉장고에 가지런히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대성공,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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