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일요일
일요일인데요. 수영장도 가고 카페 가서 글도 쓰고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불렀습니다. 앞선 문장만 보면 부지런히 활기찬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하루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해가 중천에 떠을 때 눈 떠 그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휴대폰만 들고 빈둥, 밥은 대충, 청소는 모른 척, 씻지도 않고 시간을 맘껏 탕진했습니다.
수영장을 가야겠단 생각은 깨어나자마자 했지만 1시 자유수영을 가겠다는 계획은 은근슬쩍 2시, 3시로 한 시간씩 미뤄지다가 수영장 문 닫을 시간에 다다라서야 부랴부랴 집을 나섰습니다.
카페 가는 길은 또 어땠게요. 수영을 하고 돌아오면서 집에 가방만 두고 나와야지, 해가 아직 조금 남았으니 산책하고 카페에 가서 책도 읽어야지 했습니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의자에 앉아 휴대폰 열었다가 1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휴대폰이라고 썼지만 솔직히 말하면 '휴대폰 게임'을 하느라 제 시간이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환기가 필요했습니다. 책, 노트, 필통, 이어폰을 챙겨 늦었지만 카페로 향했습니다.
눈, 비,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쳤음에도 굳건히 나무에 매달려 있는 벚꽃을 우러러보며 걸었습니다. 카페에서 낙서하듯 노트에 글을 썼습니다. 게임하기로 회피하며 마주하기를 피했던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문장을 정돈하려 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몇 장을 써 내려갔습니다.
집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고 코인노래방에 들른 건, 소란하게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털어내고 잠재우고 싶어서였습니다. 1곡에 500원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 충격적이었지만 500원 이상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집은 여전히 어질러져 있지만 집을 나서기 전에는 미약했던 청소에 대한 동기가 내일은 꼭 해야지 정도로 커졌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붙들고 있던 게임도 삭제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오늘은 부지런하고 활기 넘치는 하루였다고 할 수도 없고, 게으르고 한심했다고만 할 수도 없는 그런, 여느 때와 비슷한 보통의 일요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