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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스물 여덟

커피얼룩의 마법

by 주원

카페라떼를 왈칵 쏟았습니다. 흰색 상의의 소매, 테이블에 맞대고 있던 앞면에 누르뎅뎅한 커다란 얼룩이 생겼습니다. 남세스러워서 집에는 어찌 가나 막막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변덕스러운 날씨를 대비해 챙겨 나온 조끼 덕에 배부분의 큰 얼룩은 가릴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얼룩은 더 넓게 퍼져 굳어 있었습니다. 세탁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옷을 버리기는 아까워서 챗GPT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커피얼룩 지우는 방법 알려줘'. 금세 커피얼룩을 지우는 6가지 방법이 나열되었습니다. 몇 가지를 참고해서 과탄산소다와 식초, 뜨거운 물을 넣어 용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룩 진 옷을 용액에 담가 두었습니다. 20분쯤 지났을 때,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옷을 들춰봤는데, 세상에나- 볼썽사납게 크고 진했던 얼룩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문질러 없앨 것도 없이 마법처럼 깨끗하게 말입니다. 커피를 쏟았을 때보다 더 놀랐던 것 같습니다.


얼룩을 없애겠다고 비누칠해서 박박 문질렀더라면 얼룩도 깨끗하게 지우지 못하고 옷만 상했을 텐데, 만능 용액을 쓰니 힘들 일 것도 없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문제마다 그에 맞는 해답이 있는 건가 봅니다. 그걸 처음부터 알면 헤매느라 엉뚱한 데다 힘쓰고, 열 내다가 좌절할 일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현명해진다는 건 문제에 맞는 해결방법을 좀 더 빨리 찾게 된다는 뜻인 걸까요? 이런저런 다른 문제들도 커피얼룩처럼 마법같이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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