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열 둘

근력은 미약하나 신비로운 신체의 힘을 믿습니다.

by 주원

가을비가 내립니다. 추석연휴까지 짱짱하던 더위를 식혀줄 반가운 소식입니다. 연휴에 집에 갔을 때, 비가 내리지 않아 밭에 심은 배추 모종이 크지 못하고 타들어간다고 엄마가 걱정하셨는데 참 다행입니다.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할 시기에 비도 내리지 않고, 해가 너무 뜨거워서 밭에서 뿌리도 못 내려보고 말라버린 모종이 많았대요. 그래서 모종 가격이 비싸지고 그마저도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애플레이션에 이어 배추인플레이션, 김치인플레이션이 예상됩니다.



운동수업에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기구를 이용해서 등근육 근막 스트레칭, 근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를 배웠어요. 바로 누운 자세에서 돌기 두 개가 솟아있는 모양의 기구를 머리밑 목부근부터 꼬리뼈까지 차례대로 놓고 체중으로 누르거나 위아래, 양쪽으로 움직이는 작은 동작으로 등근육 스트레칭을 했는데요. 첫 번째 부근부터 통증이 오더니 왼쪽 어깨, 명치 부근의 등근육에 기구를 놓았을 때는 악-소리가 나게 아파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 부근은 신경이 위장이랑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서 그 부근이 아프다는 건 위장이 안 좋다는 거래요. 저는 어려서부터 잘 체하는 아이긴 했어요.


어느 부위가 특히 아프다는 건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되어 있거나 힘이 너무 풀려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하시더라고요. 몸의 각 부분들 간에 호응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자세, 호흡, 근력 등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로 각 부분이 제 기능을 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특별히 힘을 쓰지 않아도 바르게 몸이 세워지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대요. 통증, 병원, 약하고도 멀어지게 되겠지요.


제 현재 몸 상태를 알아야 나아질 수 있겠지요. 오늘 운동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은 등근육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음, 운동할 때 무의식적으로 어깨, 윗가슴, 갈비뼈를 들어 올려 힘을 쓰려함, 복부, 햄스트링, 엉덩이, 앞 골반, 여기저기 몽땅 근력이 약함, 동작을 할 때 타깃이 되는 근육을 쓰는 방식으로 힘을 쓰지 못함, 갈비뼈가 벌어지고 들려있음 등등 힘을 풀어야 할 부분과 써야 할 부분의 구분도 잘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또 차근히 해야 할 과제가 생겼습니다. 시작은 아주 기본적인 제대로 숨쉬기부터 시작합니다. 어깨, 윗가슴 힘 빼기, 숨 내쉴 때 갈비뼈 모아 내리며 복근 써보기!



운동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만에 수영수업에 갔습니다. 세 달째 평영을 배우면서 상체를 물 위로 올리는 동작이 되지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오늘 감잡았습니다. 그동안 상체를 수직으로 올리려고만 힘을 쓰다 보니 허리가 꺾이고 동작도 끊기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곤 했습니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거 같은데, 상체가 전진하던 방향 그대로 물에서 쏙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몸이 꺾이지 않았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다음 동작을 생각할 여유도 생겼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오늘 수영하기 전에 했던 등 스트레칭, 근력운동이 영향을 준 것일까요? 운동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연습만 한 게 없다고 했었는데, 이제 그 뜻을 알듯도 합니다. 연습=단순반복이 아니고 연습=미세하게 나아지는 과정(시도)의 축척이라는 걸


KakaoTalk_20240920_233919752_04.jpg
KakaoTalk_20240920_233919752_07.jpg

맛있는 카페라떼였는데, 설탕컵을 쏟는 바람에 커피믹스보다 더 달디단, 설탕물이 되어버렸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