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원 Sep 20. 2024

열 둘

근력은 미약하나 신비로운 신체의 힘을 믿습니다.

가을비가 내립니다. 추석연휴까지 짱짱하던 더위를 식혀줄 반가운 소식입니다. 연휴에 집에 갔을 때, 비가 내리지 않아 밭에 심은 배추 모종이 크지 못하고 타들어간다고 엄마가 걱정하셨는데 참 다행입니다.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할 시기에 비도 내리지 않고, 해가 너무 뜨거워서 밭에서 뿌리도 못 내려보고 말라버린 모종이 많았대요. 그래서 모종 가격이 비싸지고 그마저도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애플레이션에 이어 배추인플레이션, 김치인플레이션이 예상됩니다.



운동수업에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기구를 이용해서 등근육 근막 스트레칭, 근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를 배웠어요. 바로 누운 자세에서 돌기 두 개가 솟아있는 모양의 기구를 머리밑 목부근부터 꼬리뼈까지 차례대로 놓고 체중으로 누르거나 위아래, 양쪽으로 움직이는 작은 동작으로 등근육 스트레칭을 했는데요. 첫 번째 부근부터 통증이 오더니 왼쪽 어깨, 명치 부근의 등근육에 기구를 놓았을 때는 악-소리가 나게 아파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 부근은 신경이 위장이랑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서 그 부근이 아프다는 건 위장이 안 좋다는 거래요. 저는 어려서부터 잘 체하는 아이긴 했어요.      


어느 부위가 특히 아프다는 건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되어 있거나 힘이 너무 풀려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하시더라고요. 몸의 각 부분들 간에 호응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자세, 호흡, 근력 등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로 각 부분이 제 기능을 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특별히 힘을 쓰지 않아도 바르게 몸이 세워지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대요. 통증, 병원, 약하고도 멀어지게 되겠지요. 


제 현재 몸 상태를 알아야 나아질 수 있겠지요. 오늘 운동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은 등근육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음, 운동할 때 무의식적으로 어깨, 윗가슴, 갈비뼈를 들어 올려 힘을 쓰려함, 복부, 햄스트링, 엉덩이, 앞 골반, 여기저기 몽땅 근력이 약함, 동작을 할 때 타깃이 되는 근육을 쓰는 방식으로 힘을 쓰지 못함, 갈비뼈가 벌어지고 들려있음 등등 힘을 풀어야 할 부분과 써야 할 부분의 구분도 잘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또 차근히 해야 할 과제가 생겼습니다. 시작은 아주 기본적인 제대로 숨쉬기부터 시작합니다. 어깨, 윗가슴 힘 빼기, 숨 내쉴 때 갈비뼈 모아 내리며 복근 써보기! 



운동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만에 수영수업에 갔습니다. 세 달째 평영을 배우면서 상체를 물 위로 올리는 동작이 되지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오늘 감잡았습니다. 그동안 상체를 수직으로 올리려고만 힘을 쓰다 보니 허리가 꺾이고 동작도 끊기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곤 했습니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거 같은데, 상체가 전진하던 방향 그대로 물에서 쏙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몸이 꺾이지 않았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다음 동작을 생각할 여유도 생겼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오늘 수영하기 전에 했던 등 스트레칭, 근력운동이 영향을 준 것일까요? 운동은 참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연습만 한 게 없다고 했었는데, 이제 그 뜻을 알듯도 합니다. 연습=단순반복이 아니고 연습=미세하게 나아지는 과정(시도)의 축척이라는 걸


맛있는 카페라떼였는데, 설탕컵을 쏟는 바람에 커피믹스보다 더 달디단, 설탕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열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