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이었던 열대야를 함께 버텨준 선풍기를 깨끗이 씻겨 주었습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에어컨 앞에서든 침대맡에서든 언제나 묵묵하고 성실하게 바람을 불어 준 선풍기 덕분에 더위 먹지 않고 건강히 가을로 넘어왔구나 싶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분간 안녕, 깨끗해진 선풍기에 커버를 씌우고 구석에 넣어 두려니 그간 더위에 잠결에 무심결에 거칠게 버튼을 누르고, 선풍기 목을 이리저리 잡아당겼던 제 모습이 떠올라 미안했습니다. 아마 더위보다 저를 견디는 게 더 힘들었을 겁니다.
여름에 한껏 풍성해진 식물들도 불필요한 잎과 가지를 정리하고 분갈이도 해주었습니다. 여름정리가 끝나면 겨울준비를 시작해야지요. 겨울이불 깔고 두꺼운 외투도 꺼내 두고요. 이러다 곧 첫눈도 내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