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기차, 버스, 지하철도 그렇지만 대중교통을 타고 멀리 갈 때 옆사람 대진운은 정말 중요합니다. 타인과 가까이 앉아 장시간 함께 해야 하기에 잘못 만나면 고역스런 시간이 될 수 있거든요. 중간에 내릴 수도 없고 자리이동도 불가능한 상황이 대다수라 예매할 때마다 기도를 하게 돼요.
옆자리 빌런을 만나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질려버려 하루를 망친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겨울에 쪼리를 신으셨던 그분은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맨발을 조몰락 거리며 게임을 하셨어요.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 오셔서는 한 손으로는 게임, 다른 한 손으로는 발가락 한번, 호두과자 하나를 번갈아 만지시더라고요. 비위가 상해 속이 뒤집히듯 멀미가 나서 도착해서도 밥을 먹지 못했어요.
한 번은 기차를 탔는데 묻지 않아도 알겠더라고요. 담배연기 속에서 사시는 분이구나. 피시방 흡연실에 놓인 의자 시트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 신발도 가뿐하게 벗으셨더라고요. 연신 가래 끓는 기침을 하시기에 처음엔 실례가 될까 고민하다 1시간을 넘어갈 무렵 코가 지치고, 기분이 탁해져 마스크를 썼었어요.
그 외에도 고막이 곧 찢어지지 않을까 싶게 음악소리를 크게 들어 이어폰 밖으로 기계음이 새어 나오게 하는 사람, 수신자 소리를 스피커폰 수준으로 키워놓고 전화내용을 생중계하는 사람, 쩍벌이나 졸음 헤드뱅잉으로 자리를 침범해 오는 사람, 코딱지를 파고 이물질을 만지작거리며 혹여 나에게 튈까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 등등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요? 오늘 기차를 탔거든요. 대진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될 확률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인연이다 싶으면서도 인연도 나름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네요. 저도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는 사람일 수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유의해야겠습니다.
곧 종착역이네요. 그럼, 내일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