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 달은 주 3회 이상 나가서 달렸어요. 좀처럼 달리는 거리가 늘지는 않았지만 달리는 횟수가 쌓이면서 처음보다 숨쉬기가 편해지고콧물도 덜 나더라고요. 관심이 없을 때는 몰랐는데 달리면서 보니까 동네에 뛰시는 분들도 많고, 뛰기 좋은 코스도 여러 개 있더라고요. 달리다 발견한 황토길 매력에 빠져 한동안황토길 맨발 걷기 하려고 달리기 하러 나갈 정도였어요.
달리기 수업은 몸의 자세, 상태를 점검하는 SNPE, 근력을 강화하는 보강운동, 달리기를 하며 경직된 부분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중심의 요가 그리고 10km 마라톤 출전을 대비한 달리기 훈련으로 진행됐어요. 달리기 훈련은 함께 달리기, 오래 달리기, 인터벌 달리기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강사님이 개별 코칭을 해주셨어요.
제가 강사님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어깨에 힘 빼세요'였어요. 복근 운동을 하든 다리 운동을 하든 어깨부터 으쓱 힘을 쓰는 탓에 목표하는 부위에는 자극이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달릴 때도 어깨에 힘을 써서 불필요한 에너지소비, 얕아지는 숨,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생기는 거더라고요. 몸이 이렇게 된 데는 평상시에 긴장을 놓지 못하는 영향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일상생활 중에 한 번씩 어깨를 점검하며 힘 빼는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진짜로 의식할 때마다 어깨가 솟아 있더라고요.
<근력운동 배운 날 쓴 수업 후기> 무의식적으로 상체에 힘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힘쓰느라 수고한 상체를 풀어주고 편안하게 쉬고 있던 코어와 하체를 깨워봐야겠습니다.
내 몸에 대해 알아가는 게 재밌었어요.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면 고칠 수 있잖아요. 약한 코어, 짧아진 허벅지 근육, 안으로 말리는 무릎, 발아치가무너져 밀리는 발목,움츠러든 발가락, 평발이 된 발바닥 등등 교정 또는 강화가 필요한 곳이 한두군 데가 아니지만 뭐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확인이 되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더라고요. 강사님께서 친절히 동작으로 해법을 알려 주시기까지 하니 저는 꾸준히 반복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말은 참 쉽죠?
신체 각 부위의 근육과 힘줄, 뼈와 연골이 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편안하게 하는 완성형 몸을 꿈꾸며 의지를 불태웠어요. 평상시 걷거나 서 있을 때도 수시로 발가락부터 무릎, 어깨까지 점검하며 힘을 빼보기도 하고 버스나 지하철 기다리면서 발목 강화 운동도 해보고요. 자기 전에는 코어강화에 좋다는 데드버그 운동도 꼬박꼬박 했어요. 데드버그 운동은 똑바로 누워 팔, 다리를 하늘로 향하게 들어 올린 뒤에 한쪽 팔과 다리를 엇갈리게 내렸다가 올리는 동작이에요. 빨리 코어를 단려하고 싶은 마음에 자극 강도를 높이려고 양손과 다리를 한 번에 들었다 올리기도 했어요.
과유불급. 초심자의 과욕은 부상을 불러오고 맙니다. 복근 보다 먼저 허리에 통증이 찾아왔어요. 의자에 앉고 서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몸을 사리게 되더라고요. 데드버그도 달리기도 중단. 살살 달리는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올해 봄에 허리를 다쳐서 고생했던 터라 다시 그렇게 될까 겁나더라고요. 우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