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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Nov 04. 2024

쉰 일곱

마음이 엉뚱한 곳으로 달려갑니다.

달리기를 포기하려는 나약한 자신을 다그치며 심기일전하여 계속 달려보기로 마음 고쳐 먹은 건 아니고요. 달리기 수업이 저를 다시 밖으로 꺼내줬어요. 약간의 강제성은 운동에 강력한 동력이 더라고요. 특히 저는 지각은 해도 결석은 못하는 소심한 구석이 있어서 효과가 큰 편입니다. 일주일 넘게 달리기 숙제를 못 해서 안 그래도 면구스러운데 결석까지 할 수는 없지요.


그 주에 달리기 수업에서는 팀원과 짝을 지어하는 근력운동을 했는데요. 번갈아가며 동작을 할 수 있게 다리를 잡아주고, 동작을 할 때마다 숫자를 세며 할 수 있다 응원을 주고받다 보니 사라졌던 의지와 기운이 슬며시 돌아오더라고요.


보강운동 뒤에는 함께 달리기를 하러 나갔어요. 오랜만이라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했는 오랜만이라기엔 달리기를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된 터라 힘든 건 비슷했어요. 밖에서 달리며 풍경을 보니 하늘 파랗고 바람은 선선하고, 그사이 계절이 바뀐 게 느껴졌어요. 독한 열기 내려놓, 선하고 따스해진 가을달리니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다시 달려보기로 했어요.


그리하여 이제 드디어 달리기에 집중하는 것이냐?라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에 조급함에 피어나기 시작했거든요. 제가 달리기를 하다 멈추다 오락가락 하는 사이 팀원 가운데 몇몇은 처음 시작할 때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오래, 편안하고 재밌게 달리고 있더라고요. 저만 뒤쳐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에게 달리기는 너무 못하는 나머지 제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해버린 영역이었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낀다는 게 새삼스럽기도 했어요. 자포자기에서 열등감과 요상한 경쟁심이 피어나는 엉뚱한 전개.


달리기는 몸이 고단한 운동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방으로 도망가는 마음을 데려오는 것도 만만치가 않라고요.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마음을 쫓으며 제 내면의 풍경을 바라보게 요. 영화 인사이드아웃 못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붙잡고 저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나날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잘 달리고 싶은  마음이 커진 나머지 비교와 시샘에 길로 빠져들려는 저는 과연 처음 목표했던 마음챙김 달리기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오늘 밤공기는 어제보다 확실히 차네요. 겨울이 거의 다 왔나봐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내일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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